성인 만화영화 ‘아치와 씨팍’ 더빙 참여 플래시애니팀 ‘오인용’

성인 만화영화 ‘아치와 씨팍’ 더빙 참여 플래시애니팀 ‘오인용’

조태성 기자
입력 2006-06-23 00:00
수정 2006-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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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두문자와 폭력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 정지혁 병장. 대한민국 육군의 정복(?) ‘주황색 추리닝’의 고문관 김창후 이병. 온몸에 깔깔이를 말고도 항상 무릎과 허리가 시린 말년 병장…. 이 정도만 해도 아는 사람은 낄낄댈 것이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걸작, 오인용의 ‘연예인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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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애니팀 ‘오인용’. 왼쪽부터 장동혁 민상식 천상민 정지혁. 장석조는 개인사정으로 인터뷰에 참가하지 못했다.
플래시애니팀 ‘오인용’. 왼쪽부터 장동혁 민상식 천상민 정지혁. 장석조는 개인사정으로 인터뷰에 참가하지 못했다.
주변인물 목소리 연기도 도맡아… “애드리브 참기 힘들었어요”

한동안 소식이 뜸하다 싶던 오인용이 ‘아치와 씨팍’에서 ‘일심파’ 목소리 연기로 되돌아왔다.“플래시 시절부터 ‘아치와 씨팍’을 재밌게 봤고요. 마음껏 내지른다는 점에서 우리 작품과 코드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연락받고는 두말 않고 출연했습니다.” 모르고 보면 오인용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만한 애니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극장판 애니 더빙은 혹 어색하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애드리브’를 참기 힘들었다 한다.“몇몇 분들은 플래시 대사를 MP3로 듣다가, 잘 안들리는 부분을 물어보세요. 그런데 우리도 몰라요. 플래시는 대본이 없거든요.” 플래시 때는 스토리만 만들고 일단 마음껏 내질렀다. 대사만 재밌으면 거기에 맞춰 그림을 늘리면 된다. 그래서 이번 더빙에선 ‘잔머리’를 썼다.“자세히 보시면 인물이 등 돌리거나 허리 숙이거나 하는 장면은 거의 애드리브예요. 입이 안 보이니까요. 크크크.” 이 덕에 3시간 예정돼 있던 녹음작업은 이틀로 늘었다. 톤도 조금 조절했다.“주연보다 조연이 더 튀면 안돼서”,“워낙 하드코어적인 수위를 낮추느라”였다. 고로, 일심파에 실린 오인용의 ‘포스’는 여전하지만, 플래시보다는 점잖다. 그리고 주요 캐릭터 외 주변인물의 목소리 연기도 이들이 도맡았다.“‘오신 김에 해주시죠.’, 뭐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이들 목소리를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듯.

“정지혁 병장의 욕설 생활밀착형으로 진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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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와 씨팍’의 ‘일심파’ 목소리를 오인용이 맡았다.
‘아치와 씨팍’의 ‘일심파’ 목소리를 오인용이 맡았다.
오인용은 이제 보폭을 늘리려 하고 있다.2004년 말 활동을 잠정 중단한 뒤 1년 정도 옴니버스식 구성의 장편 애니를 준비했다. 그런데 투자를 못받았다.8년간의 제작 끝에 마침내 빛을 본 ‘아치와 씨팍’은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고, 한편으로는 배아파 죽겠단다.“‘블루시걸’(1994년) 이후 두 번째 성인용 장편 애니는 우리가 만들고 싶었거든요.” 장기적으로는 ‘기획’을 노린다.“게임이나 캐릭터사업 같은 부가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장편애니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플래시 300편을 제작한 노하우를 활용하고 싶어요.”

아, 아무래도 팬들에게는 제일 궁금한 점은 플래시를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일 듯. 다행히 그동안에도 작업은 계속했다. 공개를 위해 몇몇 업체와 계약을 타진 중이다. 이번에는 네티즌들과 교감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할 생각이다. 여기에다 희소식 하나 더. 정지혁 병장의 욕설이 ‘생활밀착형 욕설’로 진화하고 있단다. 최근 결혼한 정지혁씨가 살림하다 보니,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욕이 마구 떠오르고 있단다.“아∼ 이 채 썰어서 튀겨 먹을…….”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오인용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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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결성된 오인용(5p)은 정지혁(혁군)·장석조(데빌)·장동혁(씨드락)·민상식(씩맨)·천상민 5명의 팀이다. 계원조형예술대를 졸업한 이들은 원하는 애니를 마음껏 만들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자체 제작한 플래시 애니를 인터넷에다 띄웠다. 이 가운데 하나가 ‘무뇌중’과 ‘스티붕유’ 캐릭터를 등장시켜 욕설과 폭력에다 웃음을 버무린 ‘연예인 지옥’ 시리즈. 연예인 병역기피 이슈와 맞물려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이마에 숫자 ‘5’가 찍힌, 모가지 싹둑 잘린 대머리 아저씨가 ‘오인용!’이라 외치는 이들 홈페이지에 하루 10만명이 몰려들더니, 누적 접속자 수가 4000만명에 이르렀다. 두달 만에 10만명을 모아 최단기간 최대회원수 모집 기록을 세운 팬클럽 카페의 회원 수는 지금 60만명 수준이다. 톱스타 연예인 이상이다.‘돼지’,‘폭력교실’,‘바나나걸’ 등 후속작도 히트했다.‘인터넷 하위문화’의 전범으로 이들 작품을 분석하는 글도 나왔다.

시련도 빨랐다.‘무뇌중’ 캐릭터 때문에 연예기획사에서 소송을 걸었고, 정보통신부에서는 과도한 욕설과 폭력을 이유로 ‘19금’ 딱지를 붙였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접속자로 인해 서버비용이 한 달에 700만∼800만원에 이르렀다.2004년 말 잠시 활동을 접었다가 얼마전 한 포털사이트에서 3개월 서비스한 뒤 다시 활동을 중단한 상태. 오인용은 지금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아치와 씨팍’은 어떤영화

‘아치와 씨팍’(제작 JTEAM)은 본격 극장판 성인용 애니다.

에너지 자원이 고갈된 미래의 어느 시점. 이젠 ‘똥’이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정부는 ‘하드’까지 주면서 배변을 격려한다. 문제는 이 하드가 중독성이 심하다는 것. 똥이 시원찮은 중독자들은 ‘보자기 킹’(신해철)을 모시고 ‘보자기 갱단’을 만들어 하드를 탈취하고, 이에 맞서 정부는 무적의 인조인간 ‘개코’를 투입한다. 개코의 활약에 밀린 보자기갱단은 대신 똥 한번에 많은 하드를 받아낼 수 있는 ‘이쁜이’(현영)를 쫓기 시작한다. 너무 많은 하드를 받아가는 이쁜이는 이미 정부의 추적대상이다. 이쁜이를 이용해 하드밀거래로 떼돈 벌던 ‘아치’(류승범)와 ‘씨팍’(임창정)도 이쁜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이들 사이에 본격적인 이쁜이 쟁탈전이 시작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취는 시원한 액션이다. 영화 ‘이퀄리브리엄’처럼 예술적인 쌍권총술을 보여주는 개코가 화면의 상하좌우를 마구 뒤흔드는 바람에 액션신이 너무도 입체적이고 화려하다. 여기에다 유머는 양념. 오인용이 연기한 ‘일심파’는 물론, 막판 신해철의 엽기적 랩에는 웃지 않을 수 없다.

“잿빛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애니가 반드시 미야자키 하야오식의 동화여야만 하는가.”라는 반문이 설득력 있을 정도로 충실한 완성도를 보인다.18세 이상, 28일 개봉.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6-06-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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