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근엄할 것 같던 목소리가 달라졌다. 벌써 건달 캐릭터에 몰입하고 있는지 눈빛이나 말투, 행동까지 건들거림이 솔솔 흘러내린다.“계속 불량스러운 연습을 해야 되거든요. 저도 모르게 그만…”이라고 멋쩍게 웃는 그는 지난해까지 이순신 장군이었다. 김명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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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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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
번듯함에서 삐딱함으로 기울어진 모습에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이제부터 김명민은 ‘성웅’이 아니라 SBS 드라마 ‘불량가족’(연출 유인식, 극본 이희명, 제작 CK미디어웍스·22일 첫방송)의 ‘날건달’ 오달건이라는 사실에 차츰 익숙해졌다. 달건이는 자동차 사고로 대가족을 송두리째 잃고 기억상실에 걸린 아홉 살 소녀를 위해 만들어진 가짜 가족을 지휘하는 인물. 거칠지만 마음은 따뜻한 캐릭터이다. 가짜 가족들은 저마다 ‘불량한’ 과거가 있다.
어린이들에게 이순신 장군 시호가 ‘불멸’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KBS 연기대상을 받는 등 무명의 터널을 끝나게 했던 작품이 막을 내린 지 7개월이 흘렀다. 장군은 그에게 많은 것을 줬지만 이젠 넘어야 할 산이 됐다.
‘불량 가족’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이순신 캐릭터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쏙 들었다.180도 달라질지,40도가 될지,90도가 될지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올인’한다는 자세만큼은 분명하고 설명했다. 그의 바람은 이번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길을 걷다가 ‘어, 이순신이다.’는 말보다 ‘어, 달건이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
인터뷰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 던져졌다.“이순신과 달건이 가운데 실제로 어느 쪽과 닮았나요?” 좀 색다른 답이 돌아온다.“달건이도 비슷하지 않고, 이순신 장군은 더더욱 아니구요. 그 연기를 하면서 제 안에 조금 있음직한 불량기를 끌어내서 맘껏 해보고 있어요. 건달 연기가 정말 재미있네요. 절 보고 선배들이 모두 ‘쫄아’주시니까요. 하하.”
연기도 편해졌다. 더이상 무거운 갑옷을 입지 않아도 되고 분장시간도 줄었다. 허전하기도 하지만 정말 살 것 같다고 했다.‘불멸의 이순신’에서는 분장만 90분 이상 걸렸다. 갑자기 화장실에 갈라치면 온 스태프들이 일손을 놔야했기에 민망하기도 했단다. 이번 드라마에서 분장시간은 10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웃는다.
세 살 된 아이 자랑도 곁들여졌다.“제가 화면에 나오면 알아보고 아예 빠져들어 가듯 TV를 봐요.”라면서 “사극에서 수염 단 사람이 나오면 모두 아빠라고 불러서 문제지요. 껄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6-03-1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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