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우디 앨런 되고싶어 50살 문턱에 다시 학교로” PD 김성덕

“한국의 우디 앨런 되고싶어 50살 문턱에 다시 학교로” PD 김성덕

홍지민 기자
입력 2005-12-24 00:00
수정 2005-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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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우디 앨런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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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OCN·스카이HD에서 방송되고 있는 TV영화 ‘가족연애사’의 김성덕 감독이 지난 21일 방송회관 편집실에서 막바지 편집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 OCN·스카이HD에서 방송되고 있는 TV영화 ‘가족연애사’의 김성덕 감독이 지난 21일 방송회관 편집실에서 막바지 편집에 열중하고 있다.
김성덕 감독은 한국 방송 코미디의 터줏대감이다.1986년 MBC 코미디 작가 공채 1기로 출발했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글발’을 단련했고,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과 ‘세친구’의 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영화 ‘보스 상륙작전’(2002),‘은장도’(2003)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가 다시 학생이 된다. 새해 3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대학원에 입학하는 것.

“영화 두 편을 연출했지만 철없이, 모르고 찍었습니다. 방송하고 영화하고 같은 줄 착각했어요. 그러나 너무 달랐죠. 철저한 자본 논리도 뼈저리게 느꼈고요.”

하룻강아지가 범에게 덤비는 상황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스로 낡음으로 가득 찬 기득권과 오만함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백 투 스쿨’했다. 낡음을 부수고 앞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다.

“이창동 감독이 지도교수입니다. 저를 보더니 뭐 하러 왔느냐고 웃더라고요. 사실 제 첫 영화 ‘보스’가 개봉됐을 때 ‘오아시스’랑 붙었죠. 허허.” ‘젊음’을 강력한 무기로 지닌 젊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생각을 하니 온몸이 근질거린다. 한때 그도 ‘새로움’이 무기였다.20년 가까이 활동을 하다 보니 감각에서 밀린다는 것은 김 감독도 인정한다.‘세친구’를 할 때 막내였던 신정구 작가가 날선 감각을 뽐내고 있는 요즘이다. 색깔이 없고 대중만 따라간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하지만 경쟁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제가 전달하는 것은 감각적인 웃음이 아닙니다. 블랙코미디에 가깝죠. 외국으로 치면 ‘우디 앨런’적이라고 할까요. 그런 페이소스에 한국의 웃음 코드를 접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색깔이 없다고요? 대중을 따라가는 게 제 컬러예요.”

김 감독에게 최근 작은 기쁨이 생겼다. 그가 연출한 7부작 TV영화 ‘가족연애사’(OCN·스카이HD 방영)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금요일 심야에 방송되는데도 지상파와 유료방송채널을 통틀어 같은 시간대 시청률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가족연애사’는 아버지, 어머니와 시집갈 나이가 꽉 찬 딸 3명이 펼치는 노골적인 연애담을 그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대박이 난 ‘섹스 앤드 시티’도 미국에서는 케이블로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케이블 등이 재방 채널이라는 인식을 버릴 때가 됐어요.”

감독으로서도 이번 작품은 대만족이다. 지상파에서는 한계가 있어 말하고 싶은, 보여주고 싶은 것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가족연애사’는 하고 싶은 것을 모두 쏟아부을 수 있었다.

“너무 야하지 않냐는 질문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시각적으로는 그렇게 야한 것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여성 시각으로 성(性)에 대한 솔직함을 그려서 그런 말을 듣는 것 같아요.”

특히 아직 국내에서는 정착되지 않은 TV영화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호흡이 길어 늘어지지도 않고, 할 수 있는 말을 담을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참에 TV영화를 토착화하는데 총대를 메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시트콤이 지지부진한 것은 가슴이 아프다. 김 감독은 투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트콤은 싸게 만드는 장르라는 인식이 늘었다는 전언이다. 초창기에는 시트콤과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가 얼추 비슷했으나, 지금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투자가 없기 때문에 양질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작가들이 코미디를 떠나갔어요. 오히려 다른 장르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그는 조만간 배낭 하나 달랑 들고 여행을 떠날 참이다. 딱히 목적지는 없다. 한국의 우디 앨런이 되기 위해 떠나는 ‘사람구경’이다.

“이번 작품에는 웃음을 자제하려고 했어요. 좀이 쑤셨습니다. 다음 작품은 장기를 발휘해 노골적으로 웃겨 보려고 해요.‘사람 구경’은 이를 위한 준비 단계지요.”

글·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5-12-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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