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로 日열도 울린 손호연 여사

단가로 日열도 울린 손호연 여사

조태성 기자
입력 2005-08-10 00:00
수정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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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60주년을 맞는 8·15가 성큼 다가오면서 방송사마다 내놓는 이런 저런 특집물들이 눈에 띈다.

우선 아리랑국제방송이 마련한 ‘일본 열도를 울린 무궁화’가 시선을 끈다.15일 오전 9시에 전파를 타는 이 방송은 ‘단가(短歌)’라는 일본 전통 정형시를 통해 일본인들을 울린 한국인 손호연(1922∼2003) 여사를 다룬다. 어느 때보다 일본에 대한 분노가 높은 이 시점에 한·일관계의 긍정적인 측면을 다룬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손 여사는 일본어에 익숙했기에 일본 전통시인 단가의 형식을 빌려 시심을 쏟아냈다. 단가는 31자의 응축된 단어로 표현하는 시. 그렇기에 일본인들조차도 잘한다고 평가받는 사람이 5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시다.

그럼에도 손 여사는 단가의 대가 나카니시 스스무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그녀의 단가는 일본근대사를 단가로 정리한 ‘쇼와 만엽집’에 5수나 실렸다. 그러나 광복 뒤의 극심한 반일감정은 손 여사를 죄인으로 만들었다.‘조센징’이어서 일본이 내친 게 아니라, 일본시를 했다며 한국인들이 그를 내친 것이다.

제작진은 단가가 백제의 시가였다는 사실을 들어 손 여사 구출에 나선다. 일본인들에게 문자와 표기법을 전해주면서 백제의 단가가 그대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4000여수의 단가가 실린 고대 일본의 ‘만엽집’ 자체가 백제인들의 시가집이었다는 것이다. 아직 판독이 어려운 대목이 곳곳에 있는데 이는 고대 한국어로 풀어내면 쉽게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구출방식이 꼭 이래야 하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손 여사는 이제 한·일 문화교류의 상징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히스토리 채널은 아직도 곳곳에 엉겨붙어 있는 일제의 흔적을 들추어내는 ‘전통적’인 방식의 특집을 마련했다.15일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8시에 방영되는 ‘일제 문화잔재 60년’이 그것. 올해에는 4부까지만 제작·방영하고 내년에 6부를 추가, 모두 10부작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번에 제작된 4부의 주제는 각각 음악·건축·미술·생활문화이다. 익숙하게 듣고, 봐왔던 노래와 건축물과 위인 영정 등에서 일제의 흔적을 찾아낸다.“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로 시작하는 동요에서도, 지난 5월 ‘친일파가 그린 논개 영정’으로 불붙은 논란에서도, 우리가 쓰는 일상용어와 학술용어에도 일제의 흔적은 짙게 배어 있다.

그러나 이런 청산론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일본은 침략자인 동시에 근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새로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이 이 두 측면을 어떻게 구분지을 수 있을까. 넘쳐나는 일본 관련 프로그램을 조망하는 또 다른 관점으로 참고할 만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5-08-1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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