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역시 볼 만한 프로그램이 있느냐, 곧 ‘콘텐츠 경쟁력’이었다. 최근 뉴미디어들이 잇따라 등장할 때마다 지상파 재전송 문제가 관건으로 등장했다. 케이블TV가 그랬고 위성방송과 DMB도 그랬고 IPTV 역시 문제가 잠복해 있다. 이밖에도 데뷔무대를 노리고 있는 매체들은 많다. 이런 다양한 매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데도 방송 내용은 지상파방송의 재탕 삼탕이라면 어떨까.
한류열풍을 타고 외주 제작 프로그램이 뜨고… 한류열풍을 타고 외주 제작 프로그램이 뜨고 있지만 식상할 정도로 정형화된 드라마의 틀만 남아 외려 문화적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사진은 MBC 드라마 ‘슬픈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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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열풍을 타고 외주 제작 프로그램이 뜨고…
한류열풍을 타고 외주 제작 프로그램이 뜨고 있지만 식상할 정도로 정형화된 드라마의 틀만 남아 외려 문화적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사진은 MBC 드라마 ‘슬픈연가’.
소비자단체들에서는 “서비스받는 것은 지상파방송일 뿐인데 왜 돈을 내야 하느냐.”는 반발이, 언론노조 쪽에서는 “공짜로 제공되는 지상파방송을 다른 매체가 돈을 받고 파는 것 자체가 유료매체에 대한 특혜”라는 성토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송사 독점구조가 문제”
문화관광부가 2007년까지 만들겠다는 외주제작 채널 설립안도 이 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주제작 채널이란 자체 제작 프로그램 없이 100% 독립제작사들이 제작한 프로그램만 편성해서 방영하는 방송국이다. 문화부측은 외주채널을 만들면 독립제작사들이 활성화돼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지상파방송의 ‘횡포’ 앞에서 울어왔다는 독립제작사들의 울분도 담겨 있다. 독립제작사들은 그동안 외주제작비율 규정을 통해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공급했지만 ▲1억∼2억원 사이에 불과한 낮은 공급단가 ▲프로그램 저작권이 80∼90% 이상 방송사에 속하는 현실 때문에 남는 게 없다며 울상을 지어왔다. 미리 제작해서 견본시 등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 내다파는 선진적인 방송프로그램 생산·유통 형태가 정착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혔다.
물론 최근에는 ‘한류’를 타고 일부 변화 조짐은 있다. 외국 시장이 뚫리면서 이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제작한 뒤 이들 국가에 되파는 형태가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4부작 드라마 ‘비천무’를 제작한 에이트픽스가 대표적이다. 또 ‘김종학’이라는 거물 스타PD의 이름을 밑천으로 만들어진 김종학프로덕션 역시 최근 사전제작 드라마로 ‘광개토대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이들 드라마를 외면할 경우 국내 판로는 막힌다. 국내에서 파괴력을 지니지 못할 경우 해외 시장에서 호응을 이끌어낼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문화적 다양성 핑계대지 마라”
사실 문화부의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거의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외주제작 채널 설립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의견은 엇갈린다.
문화부는 외주제작 채널의 모델로 영국의 CH4를 제시하고 있다.1983년 설립된 CH4는 인종·성별 등 대안문화를 다루면서 문화 다양성에 기여하면서도 동시에 상업적으로도 안정적인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 모델이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강택 KBS PD연합회장은 직격탄을 날렸다.CH4가 모델이라지만 “CH4류의 대안문화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한국적인 상황에서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논리적 허점도 지적받는다. 기본적으로 외주제작 채널이 생기면 지상파방송국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인데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더 이상의 채널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다.
방송위원회 정순경 기획실장은 문화부의 발상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겉으로는 시장성 없는 프로그램을 지원해 문화적 다양성을 늘리겠다고 말하지만 속내는 한류 프로그램 지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CH4가 모델이라는 문화부의 논리는 외주전문 채널 도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론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5-04-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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