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공간, 엘리베이터. 혹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궁금하다면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되고 있는 ‘몽타주 엘리베이터’(동이향 작·이해제 연출)를 보시길. 저속하지 않은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단순히 엿보는 것이 아닌 인생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이미지 확대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객석을 향해 ‘오픈’돼 있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내부. 제목처럼 수많은 인간 군상이 합쳐졌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사람을 실어 나르는 두레박”인 엘리베이터는 그 공간을 차지하는 사람들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변화한다. 연인이 맺어지는 사랑의 장소에서 억눌렸던 욕망이 폭력적으로 분출되는 공간이 되기도 하며, 지친 회사원에게 철퍼덕 앉을 수 있는 휴식처가 됐다가 망자의 관이 실려나가면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
20명에 달하는 등장 인물들이 수없이 타고 내리면서 보여주는 삶의 편린들은 거의 대부분 왁자지껄한 웃음을 동반한다. 그렇다고 마냥 넋을 잃고 있어서는 안 된다. 뇌리 속에서 조각 퍼즐을 맞추듯 그 편린들을 하나씩 맞춰 나가야 한다. 띄엄띄엄 접하는 등장 인물들의 행동과 말 한마디는 마지막에 다다를수록 인물 하나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게 한다. 이 작품을 보는 맛은 여기에 있다.
쉴 새 없이 열렸다가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이자, 시간을 초월해 관계를 맺어주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만 이 점에 있어서 엘리베이터의 ‘역사’를 말해주기 위해 설정된 부부가 설익은 연기로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스크린에서 점차 세를 불려가고 있는 연극 배우 오달수가 이끄는 극단 신기루 만화경의 작품. 영화를 통해 굳어진 코믹 캐릭터에다 2층에 사는 술꾼으로 출연한 오달수는 등장 자체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냈다.4월3일까지.(02)762-081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05-03-29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