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독자들에게 인권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하는 사려깊은 동화집이 나왔다.
창비에서 펴낸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하는 삶’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해 보게 하는 창작동화책이다.
참여한 작가는 5명. 인기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를 비롯해 박관희 박상률 안미란 등 동화작가 4명과 소설가 이상락이 같은 주제의 글을 한편씩 써서 묶었다.
무거운 주제가 동화로 녹여지기엔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겠다. 그러나 책은 현실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게는 하되 동화적 감수성을 놓치지 않았다.
5편의 이야기들 속 주인공은 모두 어린이들이다. 방글라데시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이주해온 노동자 가정의 아이들이 현실에서 직면하는 소외와 편견이 공통된 소재가 됐다.
김중미의 ‘반 두비’편은 4년전 방글라데시에서 온 초등생 소녀 디이나와 한국친구 민영이의 우정 이야기. 처음엔 한국생활이 낯설고 외롭기만 했는데, 단짝친구 민영이 덕분에 이제는 한국을 떠나기가 싫다. 하지만 반 아이들의 뿌리깊은 편견은 여전히 디이나를 힘들게 한다. 무슬림이어서 학교 급식으로 나온 돼지고기 카레를 먹지 않겠다고 했더니 어떤 친구는 ‘빈 라덴’을 닮았다고 놀리기까지 한다. 그럴 때마다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민영이가 없었다면 디이나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반 두비’는 방글라데시어로 ‘좋은 친구’라는 뜻.
5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실제사례에서 소재를 빌려왔다. 베트남 엄마를 둔 수연이네 사연을 담은 ‘마, 마미, 엄마’편의 경우 안미란 작가는 부산외국인노동자 인권모임 내 이중문화가정 모임(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들 모임)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작품의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이란주 대표가 일일이 검토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불법체류자로 내몰려 의료혜택조차 받을 수 없거나, 노동현장에서 속수무책으로 임금을 떼이는 아버지의 처량한 모습.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인권이 짓밟히는 현장이 어린 주인공들의 눈으로 시종 신랄하게 고발된다. 몽골에서 온 빌궁은 사람들 앞에서는 잘해주는 척하다 둘만 있으면 구박하는 친구를 이해할 수 없고(박관희 ‘아주 특별한 하루’), 베트남 아이인 티안은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리게 된 엄마아빠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박상률 ‘혼자 먹는 밥’).
글읽기가 지루하지 않도록 사이사이에 이야기를 간추린 짧은 만화들이 끼어 있다.7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창비에서 펴낸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하는 삶’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해 보게 하는 창작동화책이다.
참여한 작가는 5명. 인기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를 비롯해 박관희 박상률 안미란 등 동화작가 4명과 소설가 이상락이 같은 주제의 글을 한편씩 써서 묶었다.
무거운 주제가 동화로 녹여지기엔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겠다. 그러나 책은 현실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게는 하되 동화적 감수성을 놓치지 않았다.
5편의 이야기들 속 주인공은 모두 어린이들이다. 방글라데시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이주해온 노동자 가정의 아이들이 현실에서 직면하는 소외와 편견이 공통된 소재가 됐다.
김중미의 ‘반 두비’편은 4년전 방글라데시에서 온 초등생 소녀 디이나와 한국친구 민영이의 우정 이야기. 처음엔 한국생활이 낯설고 외롭기만 했는데, 단짝친구 민영이 덕분에 이제는 한국을 떠나기가 싫다. 하지만 반 아이들의 뿌리깊은 편견은 여전히 디이나를 힘들게 한다. 무슬림이어서 학교 급식으로 나온 돼지고기 카레를 먹지 않겠다고 했더니 어떤 친구는 ‘빈 라덴’을 닮았다고 놀리기까지 한다. 그럴 때마다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민영이가 없었다면 디이나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반 두비’는 방글라데시어로 ‘좋은 친구’라는 뜻.
5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실제사례에서 소재를 빌려왔다. 베트남 엄마를 둔 수연이네 사연을 담은 ‘마, 마미, 엄마’편의 경우 안미란 작가는 부산외국인노동자 인권모임 내 이중문화가정 모임(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들 모임)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작품의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이란주 대표가 일일이 검토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불법체류자로 내몰려 의료혜택조차 받을 수 없거나, 노동현장에서 속수무책으로 임금을 떼이는 아버지의 처량한 모습.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인권이 짓밟히는 현장이 어린 주인공들의 눈으로 시종 신랄하게 고발된다. 몽골에서 온 빌궁은 사람들 앞에서는 잘해주는 척하다 둘만 있으면 구박하는 친구를 이해할 수 없고(박관희 ‘아주 특별한 하루’), 베트남 아이인 티안은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리게 된 엄마아빠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박상률 ‘혼자 먹는 밥’).
글읽기가 지루하지 않도록 사이사이에 이야기를 간추린 짧은 만화들이 끼어 있다.7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4-12-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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