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읽는책] 역사의 교훈/어네스트 메이 지음

[코드로 읽는책] 역사의 교훈/어네스트 메이 지음

입력 2004-11-27 00:00
수정 2004-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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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흔히 현재를 비추어주는 거울이라고 한다.‘현재와 과거의 끊임 없는 대화’라는 EH 카의 역사에 대한 정의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선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역사에 관심이 많고, 거기서 치세의 교훈을 얻고자 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역사적 실체 하나하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있다는 가정하에 가능하다. 역사에 대한 오용은 오히려 오판을 부르는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하버드대 교수로, 미국외교사학회 중진인 어네스트 메이의 ‘역사의 교훈’(이희구 옮김, 한마음사 펴냄)은 금세기 들어 미국 대통령들이 범한 외교적 실패들을 그들의 역사 해독의 오류와 연결시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우선 미국 대통령들은 ‘역사적 교훈’을 어떻게 오용했는지,2차대전과 냉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에 초점을 맞추어 규명하고자 한다.

2차대전이 터지면서 루스벨트는 1차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외교적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독일과 일본을 재기불능할 정도로 제압하는데 치중했다. 한편으로는 소련과의 공생을 통해 세계평화를 이룬다는 외교적 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소련은 결국 동유럽과 한반도의 절반에 대해 세력을 넓히며 미국의 최대 강적으로 부상했고, 냉전과 전쟁의 축으로 자리잡았다.

냉전시대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소련의 팽창정책을 깨달은 트루먼과 측근들은 소련에 대해 적대 일변도의 관계로 몰고 간다. 거기서는 ‘전체주의’ 소련과 과거 ‘전체주의’ 추축국가, 즉 독일·일본·이탈리아가 동일시되고, 여기서 도출된 역사적 교훈은 30년대의 유화정책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절대적 명제로 집약되었다.

트루먼은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도 한국에서의 전투는 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트루먼은 1930년대와의 유사성을 생각하며 곧바로 솔선하여 군대를 파견하고 전쟁으로 치달았다. 즉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가 국제연맹 규약에 도전했을 때 즉시 연맹이 결속해 싸우지 않음으로써 2차대전을 가져왔다는 인식하에 즉각 한국전에 개입했던 것이다.

이어지는 베트남 전쟁의 분석을 보면 1961년부터 65년까지 대통령과 그 측근은 전쟁 개입을 둘러싸고 많은 역사적 사례에서 모범답안을 찾는다. 그러한 과정에서 인도차이나 전쟁에서의 프랑스의 패배, 한국전쟁을 비롯하여 필리핀, 말라야의 반군 진압 사례에 이어 중국 ‘상실’의 뼈아픈 상처가 되살아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수많은 역사적 추론이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피상적 논쟁으로 그치게 되며, 다시금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만다.

9·11 이후 한층 시계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여전히 브레이크없이 달리기만 하는 미국 외교에의 불안감과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지도층이 어떠한 역사적 사례를 교훈삼아 대 한반도 외교를 펼쳐나갈 지 지켜볼 일이다.304쪽,1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4-11-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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