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진흥원 ‘전환기 한국유학의 모색과 대응’ 학술대회

국학진흥원 ‘전환기 한국유학의 모색과 대응’ 학술대회

입력 2004-06-10 00:00
수정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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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닦아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修己而安百姓)’.흔히 유교의 성격을 가장 잘 정의하는 구절로 통한다.도덕성과 아울러,백성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한 정치·경제·교육·군사·복지 등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부분을 함께 담아야 한다는 말이다.

성균관 주재로 열린 석전대제 모습. 유학, 유교는 우리 역사상 적지 않은 부정적인 면모를 갖고 있지만 사회변혁의 주체로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성균관 주재로 열린 석전대제 모습. 유학, 유교는 우리 역사상 적지 않은 부정적인 면모를 갖고 있지만 사회변혁의 주체로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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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유교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구절은 ‘중용’에도 들어 있다.“비록 천자의 위치를 갖고 있어도 진실로 그 덕이 없으면 감히 예악(禮樂·유교 정신의 규범과 생활)을 제작하지 않으며 비록 그 덕이 있다고 할지라도 진실로 그 위치가 없으면 또한 감히 예악을 제작하지 않는다.”여기에서 ‘위치’란 덕을 이루고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정치와 권력을 말하는 것으로 학계에서는 해석한다.

그러면 과연 장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유교는 우리사회에서 도덕성과 실천력을 함께 갖춘 사상과 종교로 역할을 해왔을까.보수·수구의 성격이 강한 영역으로 인식돼 온 유교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이런 인식을 뒤집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과 한국사상사학회가 11∼12일 국학진흥원에서 마련하는 ‘전환기, 한국유학의 모색과 대응’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 나말여초, 여말선초,조선후기, 한말 등 주요 역사적 전환기에 유학사상이 어떻게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면서 변화를 모색하여 왔는지를 확인하고 현재 우리사회에서 유학이 어떻게 자리매김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자리이다.

사회변혁 이끈 주체적 학문

미리 공개된 주제발표문을 보면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유교를 뒷전에 물러난 소극적인 학문이 아닌,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변혁을 이끈 주체적 학문과 사상으로 바라보고 있다.우선 국권수호와 근대적 개혁이 동시에 요구됐던 개항기.당시 개화 지식인들은 대부분 조선이 근대화에 뒤진 원인으로 성리학 내지는 유학사상을 지목하고 공격했다.이에 대해 조광 고려대 교수는 ‘개항 이후 유학계의 변화와 근대적응 노력’을 통해 “사회진화론과 같은 근대사조가 지성들에게 큰 자극을 주었던 개항기 이후 유학계에서도 근대적 교육기관과 결사운동을 전개했으며 이같은 민족운동은 모두 근대사회에 대응하려던 노력의 일부였다.”고 분명히 했다.

‘유교구신론’을 제기해 유학을 근대종교로 전환시키려 노력한 개혁파 유학자들의 대동교운동이나 공자교회,태극교운동이 그것으로 이들은 모두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조선사회에서 유교 특유의 ‘수제치평(修齊治平)’기능을 계속했다는게 조교수의 주장이다.

실학도 조선성리학 틀서 출발

이같은 입장은 조선후기 실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흔히 실학은 근대성에만 초점을 맞춰 정통 유학과는 무관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학이야말로 조선 성리학의 틀안에서 시작해 점차 성리학적 패러다임을 벗어나 새롭게 형성된 학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성을 아주대 교수는 ‘조선후기 성리학 해체의 제 양상’을 통해 “조선후기는 급격한 사회변동이 진행되어 우리 중세사회가 해체되는 시기였으며 이때 나타난 실학은 조선후기 사회에서의 자본주의적 발생·발전과 신분제 해체와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고 실학을 들여다보고 있다.

조 교수는 “기호남인계와 소론계 실학자들은 계보적으로 퇴계 이황의 학문과 연결돼 있으며 이들은 퇴계학의 영향 아래 주리론적 학문경향을 받아들임으로써 강력한 실천성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율곡학파의 연장선상에서 노론계의 실학이 전개됐으며 북학파에도 퇴계의 주리적 학문경향이 들어있음을 볼 때 결국 조선성리학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조선후기 실학도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2004-06-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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