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도 부활 축하
정교회 부활절 전날인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에서 우크라이나 군인 커플이 부활절 축하 케이크를 들고 입을 맞추고 있다. 2022.4.23 AP 연합뉴스
수도 키이우에서는 최근 5개월간 이뤄진 혼인신고가 91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10건)에 비해 8배 이상 증가했다. 키이우 중심부에 있는 관공서에는 한번에 40쌍 이상의 커플이 주말에 결혼식을 갖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중부 폴타바주에서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개시 이후 6주간 약 1600쌍이 결혼했다. 이는 2020년 같은 기간의 약 1300쌍에 비해 20% 이상 증가한 것이다.
AFP는 “우크라이나에서 최근 혼인신고 절차가 간소화되고 신고와 동시에 바로 결혼할 수 있게 된 것도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22세 신부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비탈리(25)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점에서 전쟁이 한창일 때 결혼하는 것은 극히 용감하고 어려운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곧 전선에 투입될 지 모른다”고 했다.
주민들의 결혼식과 혼인신고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 차르니프(21)는 지난 3월 초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그는 “나의 업무를 통해 전쟁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공무원으로서 국민을 심적인 측면에서 지원함으로써 국가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FP는 “전시하에 젊은이들이 연애를 결혼으로 빠르게 발전시키려는 경향이 강한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고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미국에서는 180만쌍이 결혼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83%나 증가한 것이었다.
우크라 희생 상징 ‘빨간색 칠한 밀’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 시민들이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인의 희생을 상징하는 빨간색 페인트 칠을 한 밀을 품에 안은 채 러시아를 규탄하는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아테네 AFP 연합뉴스
아테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중부 비니치아에서 요가 강사로 일하는 여성 다리아 스테뉴코바는 몇주간에 걸쳐 준비한 결혼식 전날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시내 중심부에 떨어져 26명이 사망하는 피해를 만났다. 신혼살림을 꾸릴 아파트도 혼인신고를 받아줄 관공서도 파괴됐다.
스테뉴코바는 “충격이 컸지만 결혼에 대한 의지는 꺾어지 않았다”며 “집은 무너졌지만, 우리의 인생까지 그렇게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