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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나가는 벨라루스, 전투기까지 동원해 다른 나라 여객기 강제착륙시킨 이유

막나가는 벨라루스, 전투기까지 동원해 다른 나라 여객기 강제착륙시킨 이유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5-24 07:18
업데이트 2021-05-2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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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테네를 23일(현지시간) 이륙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하다 벨라루스 야권 활동가 로만 프로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벨라루스 당국이 민스크 공항에 비상 착륙해야 했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 에어의 보잉 737-800 여객기가 무사히 빌뉴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활주로에 계류해 있다.  빌뉴스 EPA 연합뉴스
그리스 아테네를 23일(현지시간) 이륙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하다 벨라루스 야권 활동가 로만 프로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벨라루스 당국이 민스크 공항에 비상 착륙해야 했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 에어의 보잉 737-800 여객기가 무사히 빌뉴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활주로에 계류해 있다.
 빌뉴스 EPA 연합뉴스
아테네를 이륙해 빌뉴스로 향하던 남의 나라 여객기를 폭발물 제보가 있었다며 강제로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가장 가까운 공항이 민스크 공항이어서 착륙시켰다는 벨라루스 정부의 해명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지 플라이트레이더24의 항로 추적이 여실히 보여준다.
아테네를 이륙해 빌뉴스로 향하던 남의 나라 여객기를 폭발물 제보가 있었다며 강제로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가장 가까운 공항이 민스크 공항이어서 착륙시켰다는 벨라루스 정부의 해명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지 플라이트레이더24의 항로 추적이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대선 부정으로 인한 정치 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 정부가 야당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다른 나라 항공기를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로 긴급 착륙시켰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3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에 머무르며 반정부 활동을 하던 언론인 로만 프라타세비치(26)을 검거한다면서 그가 타고 있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 에어 여객기 FR4978편을 착륙시키기 위해 전투기까지 띄워 착륙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격추시키겠다고 겁박했다. 여객기는 그리스 아테네를 출발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하던 중이었다. 오후 2시쯤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했던 여객기는 저녁 8시 50분쯤 다시 이륙해 오후 9시 25분쯤 빌뉴스에 도착했다. 원래 도착 예정시간보다 7시간 늦어졌다.

영국 BBC는 민스크 공항에서 만난 두 탑승객 반응을 전하고 있다. 한 승객은 프로타세비치가 “몹시 겁에 질린 것처럼 보였다. 그의 눈동자를 가만 들여다봤는데 아주 슬퍼 보였다”고 말했다. 모니카 심클레네란 다른 승객은 AFP 통신에 “그는 막 국민들에게 돌아갔다”면서 그가 사형을 언도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초 여객기에는 리투아니아를 포함해 12개국 승객 약 170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리투아니아 측은 밝혔다. 벨라루스 문화장관을 지낸 야권 인사 파벨 라투슈코는 승객 가운데 러시아인 4명과 벨라루스인 2명 등 6명은 민스크 공항을 다시 떠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라투슈코 전 장관은 “민스크 관제센터가 (비상착륙을 요구하며) 여객기를 격추하겠다고 위협했으며,이를 위해 MiG-29기를 출격시켰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프로타세비치는 벨라루스에서 인기가 높은 야권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의 편집장을 지냈는데 넥스타도 그가 민스크 공항에서 보안당국에 체포됐다고 넥스타 측이 밝혔다.

벨라루스 당국은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기장이 가장 가까운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을 결정했다고 변명했다. 넥스타 측은 “여객기 점검 결과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모든 승객은 보안 검색을 받았다”면서 “프라타셰비치는 체포됐다”고 전했다. 라이언에어 측은 벨라루스 관제센터로부터 여객기를 착륙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친정부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풀 페르보보’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직접 여객기 비상착륙을 지시했으며, 여객기 호송을 위해 미그(MiG)-29 전투기 출격 명령까지 내렸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벨라루스에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해당 여객기가 곧바로 벨라루스를 떠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이번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모든 승객은 빌뉴스로의 여행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트위터에 “우리는 벨라루스 정부에 모든 승객과 해당 여객기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라고 경고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도 트위터에 “이는 심각하고 위험한 사건”이라면서 “국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벨라루스 당국이 23일(이하 현지시간) 전투기까지 동원해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 에어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켜 체포하게 만든(?) 야권 활동가 로만 프로타세셰비치가 지난 2017년 4월 10일 민스크 법원에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 받기 위해 출두하며 밝게 웃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벨라루스 당국이 23일(이하 현지시간) 전투기까지 동원해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 에어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켜 체포하게 만든(?) 야권 활동가 로만 프로타세셰비치가 지난 2017년 4월 10일 민스크 법원에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 받기 위해 출두하며 밝게 웃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리투아니아 빌뉴스 공항에서 로만 프로타세비치를 기다리던 이들이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해 당국에 검거된 그의 행방을 묻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빌뉴스 로이터
리투아니아 빌뉴스 공항에서 로만 프로타세비치를 기다리던 이들이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해 당국에 검거된 그의 행방을 묻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빌뉴스 로이터
프라타세비치가 거주하는 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번 사건을 “국가 테러리즘 행위”라고 비판하며 24일 EU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벨라루스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에 대해 논의할 것을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모두 EU와 나토 회원국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 패배한 뒤 신변에 위협을 느껴 리투아니아로 망명해 있는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벨라루스) 보안기관이 여객기를 납치하는 작전을 편 것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2019년 말 벨라루스 정부의 탄압을 피해 폴란드로 도피한 프라타세비치는 지난해 벨라루스에서의 대선 부정 항의 시위를 부추기고 반정부 선동을 주도한 혐의로 벨라루스 당국의 ‘테러활동 가담자’ 목록에 올라있다. 넥스타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됐다. 벨라루스 검찰은 지난해 11월 폴란드 법무부에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해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해 8월 대선에서 30년 가까이 집권한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시위가 몇 개월 이어졌다. 올해 들어 상당히 수그러들었지만 완전히 멈추진 않았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여섯 번째 임기를 유지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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