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사절 감시는 각국 첩보기관 오랜 관행

외국사절 감시는 각국 첩보기관 오랜 관행

입력 2013-06-17 00:00
업데이트 2013-06-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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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등 수차례 물의…”첩보시도 여전할 것” 관측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최근 폭로한 ‘영국 정부의 주요 20개국(G20) 회의 감청’은 파문일까? 촌극일까?

실제 국제회의 등으로 자국을 찾는 외국 사절에 첩보 수집과 감시 활동을 벌이는 것은 각국 첩보기관이 흔히 해온 업무다.

이 때문에 이번 보도가 각국 시민의 분노를 살 수는 있어도 외국에 대한 첩보공세 관행을 바꿀 정도의 파급력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디언도 폭로 기사에 덧붙여 실은 해설 기사에서 “외국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첩보행위는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도 해온 일”이라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컨대 영국 정부는 예전에도 외교사절에 대한 첩보 행위로 수차례 문제가 됐으나 모두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났다.

특히 영국의 국내 첩보 기관인 MI5가 1950∼1960년대 런던의 외교 명소인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각종 국제회의를 대상으로 마구 도청을 했다는 사실은 영국에서 유명한 사건이다.

당시 영국 정부는 이 사건을 대서특필한 가디언과 옵서버 신문의 추가 보도를 막으려고 법원 명령까지 받아냈다.

1956년에는 영화 속 첩보원 ‘007’의 소속으로 유명한 영국의 국외첩보기관 MI6가 곤욕을 치렀다.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수상이 자국 군함을 타고 영국을 방문하자 MI6가 잠수부를 고용해 정박한 군함의 최신 프로펠러 장비를 몰래 조사하라고 했는데, 잠수부가 그만 임무 도중 실종된 것이다.

소련 당국은 실종 소식이 전해지자 군함 승무원들이 잠수부의 모습을 봤다면서 영국의 간첩 행위를 성토했다. 잠수부의 시신은 머리와 손발이 잘린 참혹한 모습으로 14개월 만에 발견됐다. 그의 사인은 아직도 미스터리다.

2009년 G20 정상회담 도중 러시아 대통령에 도청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도 전적이 ‘화려’하다.

미국은 과거 이라크전 지지표를 얻으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여하는 외국 사절을 대상으로 비밀공작을 벌였다고 가디언은 소개했다.

이 파문은 미국이 이 작전과 관련해 영국 감청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에 협조 요청을 했다는 사실을 2003년 GCHQ 직원이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정보원은 2011년 국산 무기구매 협상으로 내한한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호텔 숙소를 침입해 정보를 캐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국정원은 이 사안에 대해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많은 외교공관은 주재국 건물 내에 창문도 없는 밀폐형 비밀장소인 ‘세이프룸’(safe room)을 둔다. 도청이나 엿보기 시도 등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뉴욕매거진은 이번 G20 도청 파문과 관련해 “어차피 17일 열리는 주요 8개국(G8) 회의 때도 참여국들은 상대에 감청을 벌일 계획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가디언의 보도가 이런 관행을 막을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단 G8 회의를 반대하는 집회 참여자들에게 이번 파문은 (각국 정부의 부도덕함을 질타하는) 피켓에 적을 문구 소재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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