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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에서 사라진 네 살 호주 소녀 18일 만에 생환 ‘등잔 밑이 어두웠다’

텐트에서 사라진 네 살 호주 소녀 18일 만에 생환 ‘등잔 밑이 어두웠다’

임병선 기자
입력 2021-11-03 08:14
업데이트 2021-11-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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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함께 떠난 휴가지 야영장 텐트에서 사라졌다가 열여드레 만인 3일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호주의 네 살 소녀 클레오 스미스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경찰 제공 AP 연합뉴스
부모와 함께 떠난 휴가지 야영장 텐트에서 사라졌다가 열여드레 만인 3일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호주의 네 살 소녀 클레오 스미스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경찰 제공 AP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실종됐던 호주 소녀 클레오 스미스가 3일 새벽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 카르나르본 마을의 한 집에서 구조된 가운데 엄마 엘리 스미스와 파트너 제이크 글리돈이 지난달 19일 딸 클레오 사진을 든 채 행적을 아는 이들의 제보를 기다린다고 호소하고 있다. AAP 자료사진 AP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실종됐던 호주 소녀 클레오 스미스가 3일 새벽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 카르나르본 마을의 한 집에서 구조된 가운데 엄마 엘리 스미스와 파트너 제이크 글리돈이 지난달 19일 딸 클레오 사진을 든 채 행적을 아는 이들의 제보를 기다린다고 호소하고 있다.
AAP 자료사진 AP 연합뉴스
 호주 서부의 해변 관광지 야영장에서 실종된 네 살 소녀가 열여드레 만에 무사히 부모 품으로 돌아왔다. 경찰과 주민들이 대대적으로 수색 작업도 벌이고 현상금을 내걸어 애타게 찾았는데 가족들의 집에서 자동차로 6분 거리의 이웃 집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잘 지내고 있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주민 5000여명의 카르나르본 시에 사는 클레오 스미스. 지난달 15일 스미스 가족은 퍼스에서 북쪽으로 900㎞ 떨어진 매클레오드의 쿼바 블로홀스로 휴가를 떠났다. 강풍이 휘몰아치는 난바다 풍광을 만끽할 수 있고 바다동굴들과 산호초들로 유명해 코랄 코스트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였다.

 그런데 이곳 야영지에 텐트를 치고 가족들이 잠든 첫날 밤에 클레오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엄마 엘리 스미스가 새벽 1시 30분쯤 딸을 본 게 마지막이었다. 엄마가 6시에 일어나 살펴보니 에어 매트레스 위에서 잠들었던 클레오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옆 요람의 여동생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잠에 빠져 있었다. 텐트 지퍼는 열린 채였다. 지퍼는 잠겼을 때 손잡이가 위쪽에 있어 클레오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이였다. 클레오가 스스로 텐트 밖으로 나갔을 수 없고, 누군가 텐트 안에 들어와 데려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주도인 퍼스에서 경찰 인력 100명이 파견돼 수색에 동원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던 사건이다. 경찰은 클레오의 행적을 알리는 사람에게 100만 호주달러(약 9억 77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는데 현상금을 노리고 이곳 일대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소식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보통 이런 유형의 사건은 비극으로 끝나기 마련인데 아이는 뜻밖에도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경찰은 3일 오전 1시쯤 36세 남성의 집을 급습해 여러 방들 가운데 하나에 클레오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경찰서의 콜 블랜치 부서장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경찰은 현재 이 남자를 구금해 어떤 경위로 클레오를 돌보고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그는 “경관 중의 한 명이 그애를 들어 팔에 안고 ‘네 이름이 뭐니’라고 묻자 아이가 ‘제 이름은 클레오예요’라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클레오는 온라인 등을 통해 눈물 어린 호소를 했던 부모 품에 안겼다. 엄마 엘리는 인스타그램에 “우리 가족은 다시 완전체가 됐다”고 적으며 기뻐했다.

 일단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그 남자는 스미스 가족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과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는’ 격으로 수많은 제보들을 검토했는데 그 와중에 이틀 전에야 문제의 집 주소를 확보할 수 있는 제보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블랜치 부서장이 이런 얘기를 채널 7에 털어놓았는데 “포렌식 단서”라고만 밝히고 더 이상 구체적인 얘기를 삼갔다.

 호주 ABC 뉴스는 문제의 남성이 최근 기저귀를 사는 장면을 이웃들이 목격한 것이 단서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 뒤 귀국 길에 오른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트위터에 “대단한 소식이며 안도가 된다”고 적었다.

 지역사회도 크게 안도하고 있다. 주민 대표 에디 스미스는 현지 라디오 방송국 인터뷰를 통해 “열여드레 동안 우리는 두려움과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순간 엄청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진행자 벤 포덤은 경찰 성명을 읽으면서 감정이 복받친 듯 할 말을 잊기도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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