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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에서 적어도 59명 코로나19 감염됐는데 네팔 “그런 일 없다”

에베레스트에서 적어도 59명 코로나19 감염됐는데 네팔 “그런 일 없다”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6-28 16:17
업데이트 2021-06-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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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오르던 두 산악인이 캠프 4에서 아래 베이스캠프를 굽어보고 있다. AFP 자료사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오르던 두 산악인이 캠프 4에서 아래 베이스캠프를 굽어보고 있다.
AFP 자료사진
지난 4월 네팔 쿰부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해발 고도 8848.86m) 베이스캠프(EBC, 해발 고도 5361m)에서 장부 셰르파(38)는 감기에 고열을 앓았다. 그는 바레인 왕자의 에베레스트 등정을 돕기 위해 기용된 셰르파(티베트 출신 고산 부족과 부족민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였는데 고산 가이드를 뜻하는 보통 명사가 됐다)였다.

상태가 나빠지자 그는 수도 카트만두의 병원으로 후송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일주일 입원 치료를 받고 집에서 엿새를 보낸 뒤 그는 EBC로 돌아왔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탓에 유능하고 경험 많은 셰르파 구하기 힘들어 등반 회사는 다시 그를 불러 들였다. 왕자가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엄청난 돈을 날릴 상황이었다.

에베레스트 최초의 확진자가 된 그는 몸이 성치 않았는데도 5월 11일(이하 현지시간) 새벽에 왕자를 비롯한 15명의 대원들을 이끌고 베이스캠프를 떠났다. 이달 초 등반 시즌이 막을 내릴 예정이라 시간이 빠듯했다.

이렇게 해서 적어도 59명의 확진자가 산에 돌아다녔고, 이 중 다섯은 정상을 밟았다. 물론 정부나 방역당국의 공식 기록으로 확인된 숫자는 아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산악인들과 상업등반 회사 관계자 인터뷰,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글을 뒤져 이렇게 집계했다고 27일 전했다.

네팔산악연맹의 회장을 지낸 앙 체링 셰르파는 “셰르파나 산악인들은 슈퍼맨“이라며 “이 문제는 심층 연구를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네팔 정부는 에베레스트에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관광청 간부도 산악인 중에는 폐렴 환자만 한 명 있었으며 감기 같은 일은 건조한 산악 공기를 감안하면 별 일 아니라고 했다.

산에서 상당수가 헬리콥터로 후송됐고 여러 건의 탐사 일정이 취소됐는데도 네팔 관광당국은 하나도 발병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워낙 많은 비용을 들인 데다 훈련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네팔까지 오는 일도 쉽지 않고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도하는 일도 흔치 않아 좀처럼 등정 노력을 그만 두려 하지 않는다.

4월에 노르웨이 등반가 에를렌트 네스와 영국 산악인 스티브 데이비스를 비롯해 다른 등반가들도 소셜미디어에 에베레스트 등정 중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소개했다. 네스는 페이스북에 병상에서 마스크를 쓴 사진과 함께 “두 곳 병원에서 사흘 동안 있었고, 오늘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다. 곧 병원을 떠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네팔은 셰르파 뿐만 아니라 다른 네팔리들도 마찬가지로 백신 부족에 시름을 앓고 있다. 이 나라 정부는 부자 나라들이 백신 공급을 늘려달라고 매달리고 있는데 이 나라 인구의 3% 정도만 2차 접종을 마친 상태다. 지난해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에베레스트 등 고산 등반을 불허했다가 2019년 20억 달러 (약 2조 2620억원)의 수입을 까먹었다. 만약 실제 감염자 수를 그대로 공표했더라면 관광지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등반 허가 증거금 수입을 날릴 수 있어 어떻게든 이를 막고 싶었을 것이라고 신문은 짐작했다.

올해 408명의 외국 등반가가 몰려 들었고, 실제 감염자 수는 59명 이상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수의 셰르파와 상업등반 회사들은 EBC에 체류하는 팀당 서너 명은 감염됐을 것으로 짐작했다. 국제산악가이드협회의 푸누루 셰르파는 10명의 가이드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고생했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허가를 얻어 등반에 나선 이들 가운데 절반쯤이 포기했는데 코로나19 확진 때문이거나 히말라야에 폭풍우를 몰고 오는 사이클론 내습 탓이었다.

미국 유타주 태생으로 뉴질랜드에 사는 스콧 심퍼는 지난달 11일 에베레스트 정상을 발 아래 뒀는데 카트만두로 돌아와서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카트만두의 호텔에 열이틀 격리됐는데 지금도 완전히 이겨낸 것은 아니다. 아내이며 가이드인 안나 킬링은 “남편은 산에서 감염됐는지를 정말 모르더라”고 했다.

네스도 카트만두로 후송됐는데 의사들이 산에 돌아가지 말라고 해 그는 귀국했다. 3년 동안 들인 돈만 4만 달러쯤인데 네팔 병원비까지 더해졌다. 꿈에도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크로아티아 등반가인 마리오 첼리니치는 EBC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4년이나 훈련에 열중한 것이 아까워 정상으로 나아갔다. 그는 코로나나 고산병이나 마찬가지로 조심해야 한다며 “그 산은 언젠가 당신을 죽게 할 수도 있는 아름다운 꽃과 같다. 매혹시킨다. 당신이 여기 오면 존중받는다. 그리고 8000m까지 오르면 완전히 어쩌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산이 어떤 운명을 결정하든 당신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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