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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가 ‘제2의 발리’로 키우는 만달리카, “우격다짐 개발” 원성

인도네시아가 ‘제2의 발리’로 키우는 만달리카, “우격다짐 개발” 원성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5-24 16:03
업데이트 2021-05-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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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웠던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맞은 편 롬복 섬의 남쪽 만달카리 해변에는 현재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모터사이클 그랑프리 레이스 서킷이 한창 건설 중이어서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게티이미지 자료사진·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이렇게 아름다웠던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맞은 편 롬복 섬의 남쪽 만달카리 해변에는 현재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모터사이클 그랑프리 레이스 서킷이 한창 건설 중이어서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게티이미지 자료사진·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인도네시아가 ‘제2의 발리’로 맞은편 롬복 섬의 남쪽 만달리카에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푸르른 물빛과 가없는 해변, 야자수가 늘어선 가운데 저 뒤편에는 녹음이 우거진 산이 펼쳐져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탓에 여행의 기쁨을 자꾸 유보해 온 우리 모두를 설레게 할 풍광을 갖췄다는 평판이다.

그런데 만달리카 프로젝트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총 사업부지가 115만 7000㎢인데 119만㎡의 테마파크, 27홀을 보유한 골프장, 모터사이클 그랑프리 서킷이 들어설 예정이다. 상업지구는 350㎡에 들어서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며 78척의 배가 정박하는 항구가 들어선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프랑스 투자자 그룹 VINCI이 합작하고 있다. 현지 정부는 풀먼, 패러마운트, 클럽메드 같은 5성급 호텔 자본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런저런 요소들을 고려하며 차근차근 진행해야 하는데 인권 침해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고 영국 BBC가 24일 지적했다. 지난 3월 말 유엔 전문가들은 이 메가 프로젝트가 “인권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면서 원주민들을 협박해 보상 한 푼 없이 내쫓고 있다. AIIB는 유엔의 최근 보고서가 “협박이나 완력 사용, 겁박 같은 일들을 하나도 증거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BBC 인도네시아 지국 취재진은 현지를 찾아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봤는데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모터사이클 레이스 서킷 근처의 쿠타 마을에 사는 이들 가운데 180가구는 경작하는 농지의 소유를 입증할 문서가 하나도 없었다. 이미 상당수는 이곳에서 2㎞ 떨어진 곳으로 이주했다고 했다.

정부는 이들 주민에게 적당히 살 수 있는 곳을 마련하지 않은 채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새로 이주한 2.5㏊ 규모의 정착촌도 상하수도나 전기 등 기반 시설이 전혀 돼 있지 않다고 했다.
모터사이클 레이스 서킷 공사 현장 주변에서 아버지 대부터 살아온 주민 다마르는 어쩔 수 없이 정부 강요에 의해 토지를 헐값에 팔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모터사이클 레이스 서킷 공사 현장 주변에서 아버지 대부터 살아온 주민 다마르는 어쩔 수 없이 정부 강요에 의해 토지를 헐값에 팔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서킷 공사장 바로 근처에서 자라난 남성 다마르는 “2019년에 처음 만남을 가졌는데 정부 측이 대뜸 8월에는 땅을 비워줘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혼란스러웠는데 의사 소통이나 배려, 양측의 합의 같은 것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독자적인 감정 팀이 어느날 그의 땅 값어치를 매겨 보상했는데 그 돈으로는 어느 곳에서 가서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해서 그는 공사장 트럭들이 굉음을 내며 달리는 것을 지켜보며 막막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식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21세기에 적절한 것인지 의문도 제기된다. 발리 남쪽의 호화 관광지 누사 두아는 1970년대 국영기업이 개발해 지금의 세계적인 관광지로 키웠지만 이제는 여행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유엔 관계자들도 지속 가능한 관광 개발 방식이 아니란 데 동의했다. 팬데믹 때문에 현지 지역사회에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쪽으로 관광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철지난 관광 개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터사이클 서킷은 오는 7월 완공돼 11월에는 월드 슈퍼바이크 대회가 예정돼 있고 내년에 월드 모터사이클 그랑프리 대회를 개최할 작정이다. 해변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러 오는 관광객들은 모터사이클 굉음에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겠다고 맹세할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이곳에 얼씬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런 관광지 개발,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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