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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품 뛰어드는 일곱 살 소녀에 총 쏜 미얀마 군경, 시신 탈취 시도

아빠품 뛰어드는 일곱 살 소녀에 총 쏜 미얀마 군경, 시신 탈취 시도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3-25 08:51
업데이트 2021-03-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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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의 집안을 뒤지던 경찰의 잔인한 총질에 희생된 일곱 살 소녀 킨 묘 칫이 국기를 든 채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킨 묘 칫 가족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의 집안을 뒤지던 경찰의 잔인한 총질에 희생된 일곱 살 소녀 킨 묘 칫이 국기를 든 채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킨 묘 칫 가족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이 사진을 실을지 한참을 고민했으나 미얀마 군부의 잔인무도함을 전달해야 한다는 뜻에서 싣는다.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집안을 뒤지던 경찰의 총질에 숨을 거둔 일곱 살 소녀 킨 묘 칫 장례식이 24일 열린 가운데 무슬림 남성들이 명복을 빌고 있다. 만달레이 로이터 연합뉴스
이 사진을 실을지 한참을 고민했으나 미얀마 군부의 잔인무도함을 전달해야 한다는 뜻에서 싣는다.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집안을 뒤지던 경찰의 총질에 숨을 거둔 일곱 살 소녀 킨 묘 칫 장례식이 24일 열린 가운데 무슬림 남성들이 명복을 빌고 있다.
만달레이 로이터 연합뉴스
 “동생은 (갑작스러운 가택 수색에 놀라) 아빠 품에 뛰어들다 총에 맞았어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만달레이 주택가를 가가호호 뒤지던 경찰의 총격에 숨진 일곱살 소녀 낀 묘 칫의 언니 마이 뚜 수마야(25)는 영국 BBC에 동생이 변을 당한 상황을 설명하며 몸서리를 쳤다. 칫은 지난달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유혈 진압에 스러진 가장 나이 어린 희생자였다.

 수마야는 집안에 무기나 시위대원을 숨겼는지 수색하던 경찰이 “문을 걷어차 열더니 들어와 집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아버지가 없다고 하자 경찰은 거짓말을 한다며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때 칫이 놀라 아버지에게 달려가 무릎에 앉았는데 경찰이 총을 쐈고, 그애가 맞았다”고 말했다.

 아버지 우 마웅 코 하신 바이는 지역사회 무슬림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딸이 자신에게 “안되겠어요. 아빠, 너무 아파요”라고 말한 것이 유언이 됐다고 황망해 했다. 차가 있는 곳으로 딸을 옮겨 의료 치료를 받게 했는데 30분 뒤 결국 숨을 거뒀다. 경찰은 19세 아들을 때린 뒤 체포했다고 했다.

 군부는 무차별 진압에 희생된 이들의 시신을 탈취하는 만행도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만달레이에서 군경에 희생된 이들의 장례를 지원해주는 시민단체는 지난 5일 이후 시신이 없는 채로 치른 장례가 네 건이나 된다고 밝혔다. 매체는 또 지난 21일부터 사흘 동안 군경이 찬먀따지 구(區)곳곳에 쳐들어와 총격을 가해 적어도 20명이 숨지고, 100명가량 다쳤다고 전했다. 21일 군경이 찬먀따지 구에서 진행되던 장례식에 난입, 부검해야 한다며 총격에 숨진 16세 소년의 시신을 탈취했다. 만달레이에서 찍힌 동영상이나 사진들을 보면 숨진 것처럼 보이는 이들을 군경이 죄수 호송차에 싣는 모습이 나온다고 했다.

 칫의 가족도 군인들이 시신을 탈취하지 않을까 걱정해 미리 다른 곳에 시신을 옮겨놓았다. 수마야는 그날 밤 11시쯤 군인들이 다시 찾아와 집안을 뒤지더라고 미얀마 나우에 털어놓았다. 다행히 다음날 새벽 흰 천으로 시신을 감싼 채 가족과 친지 일부만 참석해 조용히 장례를 치를 수 있었고 소녀는 묘지에 묻혔다.

 인권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은 같은 도시에서 15세 소년 믕 뚠 뚠 아웅이 총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또 어린 소녀가 희생된 것이 “끔찍하다”며 미얀마 민주화 시위 과정에 20명의 어린이가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어린이들의 죽음은 집에서 당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도돼 특히 우려된다. 집에서는 위해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그렇게 많은 어린이들이 변을 당했다는 사실은 보안군이 사람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군부는 시위대원 164명이 숨졌다고 공식 집계하고 있으나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23일까지 적어도 275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군부는 23일 시위대원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으나 나라를 무정부 상태로 만든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군 대변인은 쿠데타 반대 시위자들이 폭력과 방화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녀의 죽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미국 CNN은 24일 미얀마 각지에서 시민들이 군부에 대한 저항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외출과 출근을 하지 않는 ‘침묵의 파업’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나우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시위대는 군부에 의해 희생자가 계속 늘어나자 가두 시위를 자제시키는 동시에 미얀마 경제를 마비시키기 위해 시민들에게 회사 출근을 자제하고 상점을 폐쇄하라고 독려했다. 양곤에서 시작한 ‘침묵의 파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돼 24일 만달레이, 미얀마 북부 카친주 밋치나 등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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