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날려보냈다고 7세 하녀 숨지게 한 파키스탄 판사 얼굴 공개

앵무새 날려보냈다고 7세 하녀 숨지게 한 파키스탄 판사 얼굴 공개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6-13 07:59
업데이트 2020-06-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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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를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일곱 살 소녀 자흐라를 때려 숨지게 한 하산 시티크 판사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앵무새를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일곱 살 소녀 자흐라를 때려 숨지게 한 하산 시티크 판사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애완용 앵무새를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파키스탄 판사 부부가 일곱살 하녀를 때려 숨지게 했던 일은 얼마 전 국내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공분을 샀다. 그런데 이 나라 경찰이 열흘이 지나서야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한다며 하산 시디크 판사 부부를 2주 동안 수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12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6시 30분쯤 북부 라왈핀디 바흐리아 타운 지구의 한 병원 직원은 부부가 다친 소녀 자흐라를 병원에 데려오자 이상하다고 느꼈다. 파키스탄에서도 15세 미만의 어린이는 고용할 수 없도록 법제화돼 있는데 판사는 소녀가 하녀라고 당당히 밝혔다. 또 앵무새를 잃어버려 화가 나 부부가 손찌검을 했는데 이 지경이 됐다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고 얼굴과 가슴, 팔다리에 온통 고문의 흔적이었다. 자흐라는 곧 중환자실로 옮겨져 산소마스크를 써야 했다. 의료진이 자흐라 치료에 매달린 사이 판사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직원은 경찰에 신고했다. 소녀는 다음날 숨을 거뒀다. 경찰은 입원 등록할 때 쓴 신분증 사본을 추적해 부부를 체포했다.

이 끔직한 만행은 파키스탄 언론의 대대적 보도로 이어졌다. 인권 관련 부처는 법률을 개정해 아동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당국이 실행에 나선 것이 미미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자흐라의 할아버지 셰드 파잘 후사인 샤는 BBC에 시디크 판사 집에서 몇년 동안 일한 먼친척의 소개로 자흐라가 5개월 전 그 집에 들어갔다며 “우리가 내지 못하는 학비를 대줘 교육시키겠다는 판사의 말만 믿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자흐라의 4년 전 세 살 때 모습. 가족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자흐라의 4년 전 세 살 때 모습.
가족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사실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하인이나 하녀로 고용돼 일하다 고문, 강간, 살해를 당하는지 정확하게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세 군데 인권단체가 함께 올해 초 조사한 데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적어도 140명의 어린이가 집안일을 하다 인권 유린을 당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신문에 보도된 것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보수적인 집계에 불과하다.

2016년 12월에도 10세 소녀 타이야의 얼굴이 피투성이이고 눈두덩이 접힐 정도로 부어오른 사진이 공개돼 소셜미디어에서 엄청난 울분을 산 적이 있다. 당시 가해자도 판사 부부였다. 펀잡주 파이살라바드 근처 마을에서 이슬라마바드의 판사 집으로 허드렛일을 하라고 데려왔는데 판사 부인은 빗자루를 잃어버렸다고 마구 때렸다. 이웃이 아이의 얼굴을 보고 신고해 경찰에 검거돼 실형을 살았지만 항소해 경감됐다.
2016년 열살 소녀 타이바(왼쪽)가 빗자루를 잃었다는 이유로 아내가 심하게 구타해 함께 경찰에 붙잡힌 라작 후라말리. AFP 자료사진
2016년 열살 소녀 타이바(왼쪽)가 빗자루를 잃었다는 이유로 아내가 심하게 구타해 함께 경찰에 붙잡힌 라작 후라말리.
AFP 자료사진
2004년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에 따르면 무려 26만 4000여명의 어린이가 집안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절대빈곤 인구가 5000만명이고 이 중 500만명은 정부 자선기관 베나지르(부토 전 총리의 이름을 딴 것으로 보임)의 구호에 의지하고 300만명에서 600만명에 이르는 노숙인 등이 거리를 헤매고, 1000만명이 하루 날품팔이로 생계를 잇는 이 나라에서 턱없이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방송은 전했다. 덩달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경제 활동이 차단되면서 1000만명 정도가 더 절대 빈곤층으로 전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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