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의 여배우 왜 안 나와” 소송 건 팬들, 판사는 집단소송 “OK”

“예고편의 여배우 왜 안 나와” 소송 건 팬들, 판사는 집단소송 “OK”

임병선 기자
입력 2022-12-24 06:40
업데이트 2022-12-2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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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유니버설 영화 ‘예스터데이’의 예고편 중 한 장면. 주인공 티메시 파텔이 마음에 둔 아나 드 아르마스를 만나는 장면인데 정작 영화에는 편집돼 드 아르마스가 등장하지도 않는다. 유니버설 제공
2019년 유니버설 영화 ‘예스터데이’의 예고편 중 한 장면. 주인공 티메시 파텔이 마음에 둔 아나 드 아르마스를 만나는 장면인데 정작 영화에는 편집돼 드 아르마스가 등장하지도 않는다.
유니버설 제공
영화 팬인 코너 울페와 피터 마이클 로차는 2019년 비틀스의 히트곡을 소재로 만든 영화 ‘예스터데이’ 예고편을 봤다. 좋아하던 여배우 아나 드 아르마스가 나오길래 두 사람은 아마존 프라임에서 각자 3.99달러씩을 내고 빌려 봤다. 그런데 왠일인지 드 아르마스는 영화에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화가 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고소하며 적어도 500만 달러는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뭘 그런 것을 갖고 소송까지 하나 싶을 수 있겠지만 미국은 소송의 나라다. 판사는 한 술 더 떠 집단소송으로 판을 키우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의 스티븐 윌슨 판사는 실망한 팬들을 더 모아 집단소송을 해도 좋다고 판결했다고 영국 BBC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영화 예고편도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는다고 주장하며 기각할 것을 요구했다. 변호인단은 예고편이 “예술적이며 표현하는 작업”이라며 “상업적이지 않은” 의사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윌슨 판사는 예고편도 상업적인 표현으로 봐야 한다며 캘리포니아 가짜광고법과 불공정 경쟁법에 의거해 소송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에는 “유니버설은 예고편에 약간의 창조성과 편집 권한이 부여된다고 옳게 주장했다. 하지만 그 창의성이 예고편의 상업적인 본질을 넘어선다고 볼 수 없다”며 “정수를 따지면 예고편은 소비자들에게 영화를 미리 보여줌으로써 영화를 팔아먹기 위해 고안된 광고”라고 적시했다.

유니버설의 변호인단은 최종 편집본에 포함되지 않은 클립이 예고편에 등장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같은 회사의 ‘쥐라기 공원’ 예고편 하나에도 영화에 아예 나오지 않는 장면이 통째로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예고편을 “상업적 의사표현”으로 보게 되면 예고편만큼 영화가 재미없다는 식으로, 불평 가득한 팬들의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주장했다.

윌슨 판사는 가짜광고법이 “합리적인 소비자 가운데 상당한 비중”이 예고편 때문에 속았을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들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예고편에 등장한 배우나 장면이 편집 완성본에 등장하지 않는 경우만 집단소송의 원고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문제의 예고편을 본 사람들이라면 드 아르마스가 영화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예상할 만했다고 꼬집었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에 출연한 드 아르마스는 쿠바계 스페인 배우로 주인공 히메시 파텔이 마음에 둔 여성으로 출연할 예정이었다. 파텔은 제임스 코든의 토크쇼에 출연했다가 드 아르마스를 만나 파텔이 비틀스 노래 ‘섬씽’을 세레나데로 불러주는 것으로 리처드 커티스의 각본에 나와 촬영됐고 예고편에도 등장했다. 그런데 커티스는 파텔이 원래 좋아했던 릴리 제임스를 버리고 드 아르마스에게 구애를 한다는 설정을 관객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영화에서 빼버렸다고 설명했다. 2019년 커티스는 드 아르마스가 이 역할을 “똑똑하게 해냈기 때문에 아주 트라우마가 남는 편집”이라고 털어놓았다.
AFP 자료사진
AFP 자료사진
영화는 자전거 사고를 당했다가 깨어난 젊은 남성이 이 지상의 누구도 비틀스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천하의 명곡 ‘예스터데이’를 자신의 노래인 양 불러 명성과 부를 이뤘는데 나중에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한다는 줄거리다.

BBC 기사는 이제 울페와 로차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단소송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됐다고 빗대며 마무리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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