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기자가 울먹이며 물었다 “함께 싸우자던 우리 대통령 어디 있나요?”

아프간 여기자가 울먹이며 물었다 “함께 싸우자던 우리 대통령 어디 있나요?”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8-17 14:42
업데이트 2024-03-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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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도 알다시피 난 아프가니스탄인이다. 오늘 난 매우 화가 나있다. 아프간 여성들은 하룻밤새 탈레반이 들이닥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1990년대 말 박해를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미국에 망명한 아리아나 텔레비전 네트워크 소속 여기자 나지라 카리미는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국방부(펜타곤) 브리핑룸에서 존 커비 대변인을 향해 울먹이며 질문을 이어갔다. 주말에 갑자기 아슈라프 가니 정권이 붕괴하고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어쩌다가 이렇게 됐느냐고 개탄하고 분노했다. 그녀로선 미국의 섣부른 철군 정책이 믿기지 않고 특히 탈레반 치하에서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가해진 인권 유린을 잘 아는지라 무책임하게 아프간을 버린 미국 행정부의 책임을 지적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감정이 복받치는지 정말 해야 할 질문을 잊은 게 아닌가 싶다.

조금 길더라도 먹먹한 그녀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아프간 정부의 국기가 그려져 있었다.

“그들이 내 국기를 빼앗아갔다. 이게 우리 국기다. 그들이 대신 탈레반 기를 내걸었다. 모두가 화가 나 있다. 특히 여자들이, 질문을 까먹었다.

우리 대통령은 어디 있나? 전직 대통령인가 가니? 국민들은 그가 국민들과 함께 싸울줄 알았다. 그런데 금세 도망가버렸다. 그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제 대통령도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을 잘 안다며 그가 우리 국민들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해서 우리는 재정적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대통령도 없다.

우리는 이제 아무것도 없다. 아프간 사람들은 뭘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 여성은 아프간에서 수많은 성취를 이뤘다. 나 역시 많은 것을 얻어냈다. 나 역시 20년 전 탈레반을 겪어봤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옛날로 돌아갔다. (가니 대통령이) 아프간 국민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처음 그녀가 질문을 시작할 때부터 심상찮음을 직감했는지 그녀가 울먹울먹 질문을 이어가는 것을 숨죽여 들으며 때로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로선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을 했다고 느껴진다. 아래는 그의 답이다.

“나도 분명히 아슈라프 가니가 어디에 있는지, 그의 견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가 없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내가 아는 만큼만 말하게 해준다면, 당신이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 고통을 우리 모두도 이해한다. 그건 확실하고 명백하다.

여기 펜타곤의 누구도 우리가 최근 며칠 봐왔던 모습들 때문에 즐겁거나 하지 않다. 우리 모두 탈레반이 이런 상황을 잘 관리하는 거버넌스를 갖고 있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당신이 걸어온 여정을 가슴 깊이 존중하기 때문에 우리는 잘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모두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난 48시간, 72시간 당신이 봐온 모든 것은 여기 펜타곤의 모두에게 각별하다. 우리도 아프가니스탄에 많은 것을 투자했고 여성과 소녀들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많은 진전을 이룬 것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해서 우리도 당신이 느끼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똑같은 정도는 아니겠지만.

우리는 당장은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늘 다시 카불 공항이 열렸고 우리는 통역이나 번역가 등 우리를 도운 이들을 안전하게 퇴각시키는 데 집중하려 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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