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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간 떨어진 적 없는 美 노부부 코로나 입원해 닷새 못 보자

63년간 떨어진 적 없는 美 노부부 코로나 입원해 닷새 못 보자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2-07 16:05
업데이트 2021-02-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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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을 해로하며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던 미국 일리노이주의 노부부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세인트 엘리자베스 병원의 다른 병실에 입원해 있다가 간호사들의 배려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손을 맞잡으며 해후하고 있다. 왼쪽부터 킴 프레손, 마사코와 프랭크 마르티네스 부부, 한나 슐레머. 세인트 엘리자베스 병원 제공 일간 USA 투데이 홈페이지 캡처
63년을 해로하며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던 미국 일리노이주의 노부부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세인트 엘리자베스 병원의 다른 병실에 입원해 있다가 간호사들의 배려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손을 맞잡으며 해후하고 있다. 왼쪽부터 킴 프레손, 마사코와 프랭크 마르티네스 부부, 한나 슐레머.
세인트 엘리자베스 병원 제공
일간 USA 투데이 홈페이지 캡처
“남편이랑 63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다우. 제발 만나게 좀 해주오.”

미국 일리노이주에 사는 마사코 마르티네스(86) 할머니는 지난달 22일(이하 현지시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세인트 엘리자베스 병원에 입원했다. 할머니는 종종 남편은 어떻게 됐느냐고 간호사 킴 프레손에게 물었다. 프랭크 마르티네스(93) 할아버지는 같은 병으로 사흘 뒤 같은 병원에 입원했다. 두 사람은 치료 과정이 사뭇 달라 다른 병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두 사람 슬하에는 자녀가 없었다. 상대의 뜻을 중간에서 전달할 메신저 노릇을 할 사람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수 없는 환자에게 아이패드를 제공했지만 연배가 지긋한 이 분들에겐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돌보는 간호사 한나 슐레머를 만날 때마다 할머니 안부를 물었다. 슐레머는 프레손에게 안부를 묻고 전하는 식으로 대화를 연결했다. 그렇게 이틀이 흘렀다.

두 분의 간절한 뜻에 감복한 두 간호사는 지난달 27일 할아버지를 할머니 병실로 옮겨 데이트를 즐길 수 있게 해드렸다. 미리 의료장비를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었다. 침대끼리 이어 붙인 뒤 등받이를 받쳐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내내 손을 꼭 잡은 채로 뉴스를 시청하고 게임 쇼를 함께 지켜봤다.

저녁 만찬은 “작은 추수감사절 만찬”으로 차려져 칠면조 고기와 완두콩 스프, 으깬 토마토 등이 나왔다. 병원 형편도 좋지 않았지만 디저트까지 만찬의 구색은 갖췄다. 할아버지는 초콜릿 푸딩을 할머니에게 떠먹이기도 하고, 할머니는 바닐라 밀크셰이크까지 즐겼다.

두 간호사는 비디오로 담아 유일한 혈육인 조카 에다이 바이스만에게 전화로 보여줬고 사진도 몇 장 찍어 보냈다. 바이스만이 나중에 친인척들에게 돌렸음은 물론이다. 바이스만은 간호사들의 친절이야 말로 “(삼촌 부부에게) 온세상을 다 준 것 같았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프레손은 “우리는 지금 당장의 보건 요건으로는 긍정적이고 기쁨을 나눌 기회가 매우 제한돼 있다”면서 “우리 인생 최고의 날임이 분명하다. 아직도 이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여전히 행복은 우리 곁에 있으며 우리가 이것을 가지게 될 것이란 점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그녀는 두 분이 여전히 입원 중이지만 나란히 좋아지고 있다고 지난 5일 일간 USA 투데이에 전했다. “그분들은 절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스만은 두 분이 집에 돌아오면 온 가족이 안전하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채 환영하고 축하하길 갈망하고 있다고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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