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안에 흑인이 총을” 신고하면 수갑 채우는 미국 경찰

“차안에 흑인이 총을” 신고하면 수갑 채우는 미국 경찰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9-08 12:05
업데이트 2020-09-0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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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흑인 남성이 고급 차 안에 앉아 휴대전화를 하다가 한 여성이 총을 들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수갑을 차는 봉변을 당했다. 물론 흑인 남성은 총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지난달 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서밋 카운티의 허드슨에 사는 대런 쿠퍼는 포테이지 카운티의 라벤나에 약속이 있어 갔다. 그 도시는 초행이었다. 약속 시간은 오전 9시인데 일찍 도착한 그는 머스탱 승용차를 주차한 뒤 차 안에서 차를 마시며 휴대전화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경찰 차가 근처에 멈췄다. 네 번째 경관이 차로 접근해왔다. 그 때까지 쿠퍼는 어리둥절해 했다. 경관은 “손 들엇!”이라고 외쳤다. 경찰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길 건너 치과에서 자신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고 했다. 쿠퍼는 만기를 넘긴 총기 운반 허가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총을 갖고 있지 않았다. 경찰은 수색했지만 총을 찾지 못했다. 그가 손에 든 것은 휴대전화 뿐이었으며 차 안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주차장에서 머스탱 안에 앉아 있는 흑인은 쿠퍼 뿐이어서 체포했다는 것이었다. 길 건너편의 여자가 차 안에 있는 사람이 총을 갖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경찰에 신고한 여성은 머스탱 색깔이 검정색(실제로는 짙은 회색)이라고 말했지, 흑인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는 사실이 판명됐다. 흑인이라 무작정 체포한 것이 맞아 보인다. 경찰은 사과를 하긴 했다.

쿠퍼는 6일 USA 투데이와 결연한 지역 신문 레코드 쿠리어와 인터뷰하며 “이제 내 얘기를 공유하게 돼 기쁘다. 누군가가 내가 총을 갖고 있다고 신고하는 바람에 우리 아내는 남편을, 아이들은 아빠를 잃을 뻔했다. 그 사람은 내 차의 색깔도 분명히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목숨이 경각에 달할 수도 있었던 만큼 이런 일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11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문제의 여성은 쿠퍼가 권총을 들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난 진짜로 그가 피스톨 권총을 들고 있었다고 믿어요”라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난 그게 피스톨이라고 아주 확신해요”라고 말했다. 경관들의 출동 순간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적어도 총기 두 정이 장전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쿠퍼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여성을 허위 신고 혐의로 기소하길 바라지만 라반나 경찰서의 제이크 스몰필드 대변인은 경관들이 프로답게 신고된 내용을 규칙을 좇아 확인했을 뿐이라며 여성을 기소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몰필드는 하룻밤에 보통 15~20통의 장난 신고 전화가 걸려온다며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을 처벌하면 오히려 범죄를 신고하는 전화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쿠퍼는 “이건 나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거리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죽어나가고 싶지 않으면 여성을 기소하는 데 여론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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