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친서 외교’…백악관, 18년 만에 北최고위급 맞았다

김정은 ‘친서 외교’…백악관, 18년 만에 北최고위급 맞았다

한준규 기자
입력 2018-06-01 21:20
수정 2018-06-02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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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로 출발하기에 앞서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로 출발하기에 앞서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제재 대상 김영철과 극적 회동
CVID·CVIG 맞교환 구체적으로 언급
워싱턴 정가, 6·12 회담 청신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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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워싱턴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올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워싱턴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올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내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얼마나 구체적이고 성의 있는 ‘비핵화’ 방안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지난달 24일 일방적으로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2일 예정대로 정상회담을 재개한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에 공감을 표시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이라면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친서 전달에 이은 북·미 양국 정상의 결단이라는 최종 관문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정가의 이목은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트럼프 정부가 갖고 있는 불신을 없애고, 미측의 눈높이에 맞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 의지를 밝혔는지에 쏠려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친서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지난달 30~31일 북·미 뉴욕 고위급(김영철·폼페이오) 회담 등에서 구두로 밝힌 비핵화 의지를 보다 구체적인 ‘직접화법’으로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김 위원장에게 보낸 정상회담 취소 서한에서 “마음이 바뀌면 주저 말고 내게 전화나 편지를 해 달라”고 했던 만큼, 김 위원장은 이번 친서에서 어떤 식으로든 ‘바뀐 마음’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 친서의 화답으로, 북한의 체제 보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CVID와 이에 맞교환 격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에 대한 양측의 ‘사전 보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텍사스로 떠나는 길에 기자들에게 북·미 고위급회담을 언급하면서 “나는 그들이 금요일(1일) 워싱턴DC로 내려와 김 위원장이 보낸 편지를 전달할 것으로 안다”면서 “그것(편지)은 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그들은 편지 전달을 위해 아마도 워싱턴DC로 내려오게 될 것”이라며 김 부위원장의 전격 백악관 방문과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직접 만난 것은 그동안 북·미 간 진행해 온 판문점·싱가포르 실무회담이 성과를 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미 기정사실로 된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 최고위급으로서는 18년 만인 김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은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종일 텍사스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이날 오전이 돼서야 백악관으로 복귀한 데다, 미 국무부 관계자도 전날 기자들에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한 ‘간접 배달’ 방식에 무게를 두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직접 대면이 이뤄질지를 둘러싸고 관측이 분분했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두 차례 방북 때 모두 김 위원장과 면담했던 만큼, 그에 상응하는 최고 수준의 예우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대상인 김 부위원장을 백악관에서 만난다는 정치적 부담에도 전격 만남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백악관에서 만났다는 것 자체가 불과 몇 달 전에 비해 엄청난 북·미 관계의 발전을 의미할 뿐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청신호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06-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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