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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고백해도, 증거 나와도… 지구촌 가짜뉴스·음모론과 ‘전쟁 중’

직접 고백해도, 증거 나와도… 지구촌 가짜뉴스·음모론과 ‘전쟁 중’

윤창수 기자
윤창수, 최영권 기자
입력 2024-03-27 03:19
업데이트 2024-03-27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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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에 사로잡힌 푸틴
“푸틴, 서방과 대결 세계관에 포획
美 사전 경고 위장작전으로 파악”

#케이트 게이트 글 확산일로
왕세자빈 “암 치료중” 밝혔지만
“조작” SNS 글 하루 400건 증가
전문가 “증거 나와도 음모 취급”
英, 팩트체크 기관 역할 힘 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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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는 전쟁과 테러로 전 세계가 음모론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는 도중 테러 피해국이 된 러시아의 수장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동영상 증거가 나와도 테러 배후가 우크라이나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영국의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은 위독설, 불화설 등 각종 음모론에 직접 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동영상으로 고백했는데도 ‘영상 조작설’까지 더해져 퍼지고 있다. ‘케이트 게이트’란 해시태그를 단 음모론 게시물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왕세자빈의 고백 이후 증가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국 정보기관의 테러 발생 사전 경고를 간과한 건 25개월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이를 지원하는 서방 세력의 대결 구도로 바라보는 세계관에 스스로 포획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음모론적 세계관에 사로잡혀 테러 경고를 무시하고, 이슬람국가(IS)에서 테러를 벌였다는 동영상을 공개했음에도 우크라이나가 배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니나 크루쇼바 뉴욕 로스쿨 국제문제 전공 교수는 “푸틴의 세계관에 따르면 미국의 사전 경고를 위장작전으로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위장작전이란 책임의 근원을 위장해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로 행하는 첩보 작전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번 테러가 러시아 정부의 정보 실패를 의미하냐’는 질문에 “러시아와 서방의 대치로 인해 정보 공유가 예전처럼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서방국들은 음모론의 확산에 중국과 러시아 등 적대국이 관련됐다고 보고 있다. 이날 미국과 영국 정부는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와 연결된 해커 집단인 일명 ‘APT31’이 국회의원과 학자, 언론인, 민주주의 활동가 등 수백만명을 위협하는 사이버 스파이 공작을 벌인 것으로 의심된다며 제재에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중국의 국가 연계 조직과 개인이 우리의 민주주의 제도와 정치 절차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용납 불가”라고 성토했으나 주영 중국대사관은 “완전한 날조에 악의적 비방”이라고 반박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중국, 러시아, 이란이 왕세자빈에 대한 허위 정보를 부추겨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텔레그램의 러시아 계정을 중심으로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사망했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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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이 지난 23일(현지시간) BBC방송 인터뷰에서 암 투병 사실을 직접 밝히고 있다. 런던 BBC·AP 연합뉴스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이 지난 23일(현지시간) BBC방송 인터뷰에서 암 투병 사실을 직접 밝히고 있다.
런던 BBC·AP 연합뉴스
영국 가디언은 지난 22일 케이트 왕세자빈이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암 치료 사실을 밝히는 2분가량의 동영상을 올린 이후 오히려 ‘케이트 게이트’를 언급한 게시물이 하루 400건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엑스(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에서 왕세자빈에 대한 음모론 게시물이 이전 주말 하루 373건보다 늘어난 것이다.

특히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에서는 왕세자빈의 암 고백 동영상이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됐을 수 있다는 게시물이 2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왕세자빈의 동영상은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직접 촬영한 것이다.

음모론 전문가인 콰심 카삼 영국 워릭대 교수는 “음모론자들은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가 나와도 이를 음모의 일부로 취급한다”면서 “음모론은 끈질기고 회복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어 왕세자빈에 대한 루머는 음모론자들이 새로운 음모로 옮겨 갈 때야 잠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오리건대 디지털플랫폼 및 윤리학 조교수인 휘트니 필립스는 “SNS 사용자들이 피해자들의 고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재미로 음모론을 소비한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혐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인터넷 게시물이 늘어나고 음모론이 확산되자 영국 정부는 팩트체크 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가짜뉴스가 SNS에서 퍼지는 속도까지 규제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외무부 대변인은 “온라인 안전법이 전면 시행되면 SNS 회사들은 불법·허위 정보를 알게 되는 즉시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수 전문기자·최영권 기자
2024-03-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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