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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화점 탈의실 성추행”…민사패소 66억원 배상

“트럼프, 백화점 탈의실 성추행”…민사패소 66억원 배상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3-05-10 13:39
업데이트 2023-05-1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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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 1997년 성폭행 소송에 성추행·폭행 인정

트럼프 “알지도 못하는 여자, 마녀사냥”…항소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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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민사소송에서 이긴 E. 진 캐럴이 9일(현지시간)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민사소송에서 이긴 E. 진 캐럴이 9일(현지시간)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년 전 성폭행 의혹에 대해 민사 소송에서 패소해 대선 가도에 악재가 늘었다. 그간 27명의 여성이 성 비위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섰지만 법적 책임이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에 따르면 배심원단은 9일(현지시간) 원고인 E. 진 캐럴(79)이 제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행 소송에 대해 성폭행을 제외한 ‘성추행과 폭행 주장’을 인정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 500만 달러(약 66억원)의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하라고 명령했다. 성추행·폭행 보상이 200만 달러, 명예훼손 보상이 270만 달러, 성추행의 징벌적 배상이 2만 달러, 명예훼손의 징벌적 배상이 28만 달러다.

●“지인 속옷 골라달라던 트럼프, 탈의실서 성폭행”

폴리티코의 보도에 따르면 캐럴은 재판정에서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서 우연히 마주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 지인의 선물을 골라달라고 부탁해 속옷 매장을 방문했고, 이어 강압적으로 속옷을 대신 입어 봐 달라며 탈의실로 들어가 자신을 벽에 밀치고 머리를 때린 뒤 강간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은 몇분간 지속됐고, 캐럴은 간신히 빠져나와 5번가 쪽으로 도망쳤다고 증언했다. 또 당시 2명의 친구에게 이 일을 알렸다고 했다.

패션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캐럴은 2019년 자서전 출간까지 주변에 이 사건을 더 이상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강간당한 여성은 때 묻은 것으로 여겨졌다”고 했다. 또 소송에 대한 세간의 시선에 “100번 정도 (소송을 제기한 것을) 후회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배심원단은 캐럴이 성폭행을 당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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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에서 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사가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민사소송에서 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사가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배심원단 이례적 3시간만에 트럼프 법 책임 평결

또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의 성폭행 주장에 대해 지난해 10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부인하면서 ‘사기’와 ‘거짓말’ 등의 표현을 사용해 캐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은 지난달 25일부터 8일간 진행됐고, 배심원단은 이날 숙의 절차에서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이례적으로 3시간도 안 돼 만장일치로 평결을 내놓았다.

캐럴의 소송은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뉴욕주가 주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성범죄에 대한 민사소송을 허용하면서 이뤄졌다. 따라서 향후 형사소송은 제기할 수는 없다.

캐럴은 판결 후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누명을 벗고 내 삶을 되찾으려 소송을 제기했다. 오늘 마침내 세상이 진실을 알게 됐다”며 “이 승리는 나와 모든 여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재판 내내 참석하지 않고 동영상으로 무죄를 주장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에 “난 그 여자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이번 평결은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자 (미국의) 불명예”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측은 항소의 뜻을 밝혔다.

●트럼프 법적 리스크만 10여건, 대선 악재되나

하지만 캐럴에 대한 성추행이 사실상 사실로 인정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대권 재도전에 걸림돌이 늘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 추문 입막음에 대한 맨해튼 지검의 형사기소에 지난달 법정에 출두했고 마러라고 기밀문건 유출 사건, 2021년 1월 6일 의회난입참사 선동 혐의, 탈세 등 10여건의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이 워낙 굳건해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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