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40㎞ 장벽·파키스탄 펜스로 봉쇄
터키 “유럽 난민 창고 될 의무·책임 없다”
시리아 난민 재현 우려에 추가 유입 반대
美·英·獨·호주 등 서방국만 일부 수용 의사
WFP “국가 간 조율 없으면 재앙 될 수도”
美서 다시 만난 가족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떠나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외곽의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아프간인 마흐부드가 9개월 된 딸을 품에 안은 채 가족들과 안도감을 만끽하고 있다. 미 당국은 덜레스 공항이 아프간 피란민 수용 절차를 처리할 중심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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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국경서 체포된 난민들
최근 터키 동부 국경을 넘었다가 공안 당국에 체포된 난민들. 터키는 최근 국경 통제를 한층 강화하며 “아프간 난민은 주변국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 “터키는 유럽의 난민 창고가 될 의무와 책임이 없다”고 발표했다.
반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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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간 구조 작업이 시작된 후 최소 1만 2000여명이 카불 공항을 통해 대피했고, 육로까지 합하면 수십만명 이상이다. 현재까지 이들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국가는 미국 1만명, 호주 3000명, 타지키스탄 10만명 등이다. 영국은 여성, 어린이, 소수 민족 중심으로 향후 몇 년간 2만명의 정착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6년 전 대규모 난민 유입 이후 극우파 득세와 포퓰리즘 등 자국 내 위기를 이미 겪은 유럽 국가 대부분은 그리스처럼 난민 수용에 부정적이다. AP통신은 “미국과 나토 동맹국은 이들에게 협력해 온 현지인들을 서둘러 대피시키고 있지만, 아프간인 전체가 환영받을 것 같진 않다”며 “어느 서방 국가보다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독일마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은 군기지 등에서 난민을 위한 임시주택을 마련해 이들을 일부 수용하고 있지만, 향후 얼마나 더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알 수 없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임으로 꼽히는 아르민 라셰트 집권 기독민주당 대표까지 “2015년 이주 위기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오스트리아는 “지역 내 우리 주민 대다수를 유지하는 게 목표”라면서 유럽연합(EU) 국가를 찾은 난민을 유럽이 아닌 곳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아프간 주변국에 ‘추방 센터’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아프간 담당 국장 매리 엘런 맥그로티는 “아프간을 돕기 위한 국가 간 조율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끔찍한 이 상황이 심각한 인도주의적 재앙이 될 것”이라며 “식량과 의약품, 피란 물품 등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8-23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