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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우려” 中·러 “수용”… 탈레반 정부 인정 ‘갈라진 지구촌’

서방 “우려” 中·러 “수용”… 탈레반 정부 인정 ‘갈라진 지구촌’

류지영 기자
류지영, 이경주 기자
입력 2021-08-18 22:14
업데이트 2021-08-19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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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그들 행동에 달려” 아직 결론 못 내
“中, 美 희토류 개발권 노린 것”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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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카불 EPA 연합뉴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카불 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20년 만에 재탈환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새 국가 수립’을 눈앞에 둔 가운데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승인할지를 두고 주요국들이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존 아프간 정부를 지원한 미국과 서구세계는 ‘섣불리 인정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새 정부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고, 러시아도 대사관을 철수하지 않고 남겨 둬 ‘현 상황을 추인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이날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와 견줘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잔혹 통치로 악명 높던 이미지에서 탈피해 ‘정상국가’로 인정받으려는 의도다.

그러나 서방 진영에서는 탈레반에 대한 비판의 분위기가 대세다. 지난 15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누구도 성급히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1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모든 형태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 맞서 싸우는 것이 우선”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세계의 시선은 미국을 향하고 있다. 아프간전쟁의 당사자가 탈레반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다른 나라들의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어서다. 다만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아프간 정부에 관한 우리의 태도는 그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며 탈레반을 공식 정부로 인정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민간인의 안전한 공항 이동을 약속했다는 탈레반의 발표에 “우리는 그들을 믿지 않는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중국과 러시아는 서구세계와는 확연히 결이 다르다. 대사관 인력을 철수시킨 서방 국가들과 달리 이들은 지금도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아프간 인민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혀 탈레반을 인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탈레반을 승인해 준 대가로 아프간 전 정부가 2017년 미국에 약속한 희토류 개발권을 가져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CNBC 방송은 설명했다. 러시아는 과거부터 기존 아프간 정권을 ‘미국의 괴뢰정부’로 부르며 평가절하했다. 탈레반의 등장이 내심 반가울 수밖에 없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2021-08-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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