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폭력에 떠는 호주병원들…산소호흡기 씌워 ‘감금’도

환자 폭력에 떠는 호주병원들…산소호흡기 씌워 ‘감금’도

입력 2017-04-14 11:04
업데이트 2017-04-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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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하는 환자 폭력에 무방비…“의료진 보호 위한 최후 수단”

지난 10일 밤 호주의 로열 멜버른 병원에서는 60대 남성 환자가 흉기를 든 채로 간호사 한 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이 남성은 앞서 2명의 여성 의료진에게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질극은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겨우 해결됐다.

또 지난해 멜버른의 선샤인 병원에서는 한 환자가 흉기로 손목을 긋고는 의료진을 향해 피를 뿌려댔고 한 간호사의 얼굴을 수차례 주먹으로 가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마구 폭력을 쓰는 통제 불능의 일부 환자들에 대한 최후의 수단으로 병원들이 약물을 이용한 뒤 산소호흡기를 씌우고 무의식 상태(coma)로 24시간 동안 중환자실에 감금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호주 일간 디 에이지가 14일 보도했다.

마약 중독자 등을 포함한 환자들의 폭력이 날로 심해지는 상황에서 의료진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호주응급의학협회(ACEM)의 사이먼 저킨스 대변인은 “우리는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무의식 상태로 유도한다”며 “그것은 최후의 수단이지만 아주 종종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많은 병원이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사이 상황은 날로 악화하고 있고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상태로 가고 있다.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 비상 버튼이나 CCTV 확대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마약 탐지견을 동원하거나 보안요원들에게 녹화 장치를 제공해 약간의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은 이처럼 폭력적인 환자들이 아직은 전체 환자의 1%가 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의료진의 정신적 충격은 커가고 환자들도 피해를 보는 만큼 묵과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저킨스 대변인은 갖가지 이유로 대며 난동을 부리는 위험한 환자 수가 크게 느는 만큼 이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멜버른을 포함하고 있는 빅토리아주 병원들에서는 거의 매시간 의료 관계자들이 환자들로부터 다양한 형태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들 환자는 침을 뱉는 것은 물론 물리적 폭력을 쓰거나 위협적인 언사를 하고 있다.

또 빅토리아 공립병원들에서는 지난해 7월까지 1년 동안 모두 8천627건의 폭력 사례가 신고됐고, 이 중 1천166건은 병원 관계자들이 다치거나 병으로 이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빅토리아주 보건부 측은 병원들이 일부 환자를 중환자실에 감금하는 사안에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의료진의 보호를 위한 특별 공간 설치 등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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