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대신 왕자가 마중… 오바마 홀대한 사우디

왕 대신 왕자가 마중… 오바마 홀대한 사우디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4-21 23:26
수정 2016-04-2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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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국왕 ‘공항 영접’에 안 나와…같은 날 GCC 정상들은 직접 영접

정상회담 2시간 내내 분위기 냉랭
美언론 “양국 상호 불신만 재확인”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에르가궁. 수년 만에 마주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 사이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잔뜩 굳은 표정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맞은 살만 국왕은 형식적인 인사말을 건넸다. “사우디 국민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사도 관례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미국인의 안부 인사를 전합니다.” 살만 국왕의 짧은 화답에 이어 곧바로 2시간 동안의 정상회담이 시작됐다. 분위기는 냉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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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 불편
심기 불편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에르가궁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오른쪽) 사우디 국왕과 함께 어색한 표정으로 회담장으로 가고 있다.
리야드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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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살만 국왕이 사우디를 방문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왼쪽) 카타르 국왕을 공항에서 영접하고 있는 모습. 리야드 EPA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살만 국왕이 사우디를 방문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왼쪽) 카타르 국왕을 공항에서 영접하고 있는 모습.
리야드 EPA 연합뉴스
미 NBC 등 외신들은 이날 회담에선 양국의 상호 불신만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란 핵 합의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며 형식적인 외교 언사만 오갔다고 설명했다. 미 백악관이 나서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으나 껄끄러운 정상회담은 전통적 동맹에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 줬다.

임기 말인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특명’을 갖고 순방길에 올랐다. 흔들리는 양국 관계를 달래고 이슬람국가(IS) 퇴치 등에 사우디의 적극적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는 임무였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사우디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의 전통적 우방인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하야를 압박하고,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켰다. 지난해 이란 핵 합의 타결은 급속도로 관계를 악화시킨 계기가 됐다. 급기야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은 미 애틀랜틱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안보에 무임승차하는 사우디에 넌덜머리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달 들어선 미 의회가 “사우디가 2011년 9·11테러 당시 (알카에다에) 자금을 지원했다”면서 테러 피해자들이 사우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사우디 외무장관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우디가 보유한 미국의 채권을 전량 매도하겠다”고 협박했지만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유가 하락으로 황폐화된 사우디 경제만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관계 회복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리야드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오바마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공항에 나온 사우디 측 인사는 살만 국왕이 아닌 리야드 주지사인 파이살 왕자였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홀대’라고 표현했고, CNN은 ‘모욕당했다’고 적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선 세 차례 방문 때마다 사우디 왕으로부터 직접 공항에서 영접을 받았다. 살만 국왕은 이날 사우디를 방문한 카타르, 바레인 등 걸프협력회의(GCC) 5개국의 정상들을 직접 공항에서 맞았다.

WSJ는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 지역 수장들이 임기가 불과 9개월 남짓 남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보다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해 줄 차기 미 대통령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시간의 짧은 사우디 방문을 마치고 21일 영국 런던으로 출국했다. 출국 직전에도 수니파 6개 왕국으로 구성된 GCC 회의에 참석해 IS 격퇴와 예멘 내전, 지난 1월 제재 해제 이후 영향력을 확대 중인 이란에 대해 논의했다. 같은 시각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도 사우디를 방문해 지역 안보를 위한 미국의 헌신을 강조했으나 아랍국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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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6-04-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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