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트럼프 기독교인 아냐” vs 트럼프 “종교지도자로서 수치”

교황 “트럼프 기독교인 아냐” vs 트럼프 “종교지도자로서 수치”

입력 2016-02-19 07:23
업데이트 2016-02-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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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책 비판하는 교황과 반발하는 트럼프 가시돋친 설전 주고받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공화당 대선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이민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공격하자 트럼프도 “종교지도자로서 수치”라고 맞받아치며 정면충돌했다.

AP통신과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현지시간) 멕시코 방문 일정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디에 있건 간에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한 기자가 트럼프에 대한 교황의 견해를 묻는 말에 대한 답변이었다.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성폭행범, 범죄자로 낙인찍는 듯한 말을 한 데다가 그들의 밀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대선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표심에 입김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거기에 연루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그 사람(트럼프)이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다면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을 뿐”이라며 “우리는 그 사람이 정말 그런 식으로 얘기했는지 확인해봐야 하고, 그런 면에서 나는 그 사람이 진짜 그랬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유세를 하던 트럼프는 교황의 발언을 전해듣자 긴급 성명을 내며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교황이 공개로 나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했다”며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는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지금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기독교가 계속 공격받고, 또 약해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지도자도, 특히 종교 지도자는 더더욱 다른 사람의 종교와 믿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권리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기론하며 자신의 정책이 바티칸과 가톨릭의 안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그는 “IS가 노리는 궁극적 전리품인 바티칸이 만약 IS의 공격을 받게 된다면 교황은 그제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으면 하고 기도할 것”이라며 “내가 대통령이라면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내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오로지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 정치인들 때문에 현재 일어나는 상황과 달리, IS는 진작 박멸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미사를 집전할 것이라는 소식에 “교황은 아주 정치적인 인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는 “우리와 맞닿은 멕시코 국경을 여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지 교황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멕시코 정부가 국경이 현재처럼 유지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교황에게 그렇게 시킨 것 같다”고 공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의 이런 지적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일단 농담으로 받아넘겼다.

그는 “우와, 그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기 때문에 나를 정치인이라고 하는구나”라면서 “내가 인간인 것은 사실이고, 내가 (멕시코 정부의) 졸병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판단은 여기 모인 분들과 대중에게 맡기겠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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