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감원 바람…韓 고용 전망은

글로벌 기업들 감원 바람…韓 고용 전망은

입력 2016-02-04 09:34
업데이트 2016-02-04 09:3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세계 경제가 중국 경기둔화와 저유가라는 두 악재 사이에서 신음하면서 글로벌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최근 보름 동안 셰브론, 바클레이스, 야후 등 유명 기업들이 줄줄이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HSBC는 아예 올해 신규채용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특히, 저유가와 중국 경기둔화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원유업계에서 감원이 두드러졌다.

한국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아직 고용지표는 양호하지만 수출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고용시장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 “수천명씩 해고”…글로벌 정유·금융·유통업계 칼바람 매섭다

연초부터 현재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글로벌 고용시장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대량감원 소식이 잇따랐다.

지난달 미국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스가 최대 4천800명 감원 계획을 밝혔고 유통업체 월마트는 점포 269곳을 닫고 인력 1만6천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해 충격을 줬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6달러 선으로 내려앉으면서 원유업체 종사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영국 대형 에너지업체 BP는 내년까지 탐사·생산 부문에서 4천명, 판매·지원 부문에서는 3천명을 각각 감원할 계획이다.

미국 2위 원유생산업체인 셰브론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자 올해 4천명 추가 감원을 고려하고 있다. 셰브론에서는 이미 지난해 3천200명이 직장을 잃었다.

브라질 최대 기업인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도 관리직의 30%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의 원유 시추업체 ‘송가 오프쇼어’는 2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원자재업체들은 중국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하자 감원에 나섰다.

광산회사 앵글로아메리칸은 4천명을 감원할 계획을 세웠다.

인도 철강업체 타타 스틸은 영국에서만 1천명을, 남아프리카공화국 백금 채광업체 론민은 5천명을 각각 감원하기로 했다.

남아공 광업부 장관은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원자재 가격이 상당 기간에 걸쳐 떨어지면서 고용과 구조조정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며 채광 산업에서 3만2천여명이 직장을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업계도 감원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우선 영국계 대형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가 지난달 한국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철수하는 동시에 1천200명을 감원했다.

이외에도 인터넷 기업 야후가 실적 부진에 1천600여명, 미국 통신업체 스프린트가 2천500명, 영국 교육업체 피어슨이 4천명을 각각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대형 인수합병(M&A)의 영향으로 앞으로 대량 감원이 줄줄이 발표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미 원유업체 ‘로열 더치 셸’은 세계 최대 LNG 생산업체인 BG 그룹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양사에서 1만명을 감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화학기업인 듀폰도 다우케미컬과의 합병을 앞두고 본사에서만 1천7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화이자와 엘러간, AB인베브와 사브밀러 등 대형 인수합병이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후속 조치로 감원이 뒤따를 전망이다.

◇ 한국서도 대기업 감원…올해도 수출 부진에 우려 증폭

전 세계 경제와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한국의 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고용지표만 보면 한국의 상황은 올해도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5년 노동시장 평가와 2016년 고용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고용률은 60.3%, 올해 역시 60.3%로 전망됐다.

올해 실업률은 지난해 3.7%에서 좀 더 줄어든 3.5%로, 취업자 수는 지난해 2천592만6천명에서 올해 2천626만3천명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면서 저성장 우려가 커졌고 올해도 성장률이 3% 안팎에 그칠 전망이지만, 취업자 수는 미미하게나마 소폭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이 지표가 한국 고용시장 불안을 온전히 담아냈다고 보기는 한계가 있다.

대기업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도 노인 인력 등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취업이 늘어나면 고용률이 좋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조선업·중공업을 중심으로 해고 바람이 몰아쳤고 대기업들도 크고 작은 규모의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 3곳에서는 지난해 임직원 3천명이 일자리를 떠났다. 하도급업체까지 합치면 인력 축소 규모는 5천명에 달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말 사무직 3천여명을 대상으로 연령 제한 없이 희망퇴직을 받았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입사 1∼2년차 젊은 직원에게도 희망퇴직을 받은 것이 가혹하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두산인프라코어는 2년차 이하 직원의 희망퇴직 신청을 반려하기도 했다.

대기업 일자리를 중심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올 1월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고용시장을 둘러싼 우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특성상 수출 부진은 즉각 제조업 등 관련 업종의 고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현상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제조업 취업자 수가 2012년부터 계속 증가했지만 최근 수출지표가 좋지 않게 나오면서 (이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2월 기준으로 제조업 취업자 수는 15만2천명, 2013년 동월에는 17만3천명, 2014년에 18만8천명 등으로 꾸준히 취업자 수가 늘어났다.

지난해 12월에 18만5천명으로 소폭 줄기는 했지만 꾸준히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수출 지표가 추락하면서 제조업 고용지표도 함께 꺼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정 연구원은 다만 “최근 경제지표와 고용지표가 함께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수출 부진과는 무관하게 고용지표에는 무리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