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은 네팔 대지진…폐허로 변한 카트만두

악몽 같은 네팔 대지진…폐허로 변한 카트만두

입력 2015-04-26 13:31
수정 2015-04-2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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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 위험에 밤새 노숙…”음식, 의약품 등 구호 절실”

악몽 같은 대지진이 26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를 할퀴고 지나갔다.

전날 카트만두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력한 지진은 네팔 주민들로부터 소중한 가족과 안락한 집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카트만두 주민들은 대신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와 두 동강 난 도로, 피 흘리며 실려가는 사람들을 마주해야 했다.

카트만두의 주민 쉬리쉬 바이디야(46) 씨는 2층 집이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한낱 악몽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집의 흔들림이 악몽이 아니라 대지진이 불러온 재앙의 시작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불과 몇 초가 걸리지 않았다.

바이디야 씨는 “집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해 밖으로 뛰쳐나오자 도로가 위아래로 심하게 들썩거리는 게 보였다”며 “나는 물론 부모님 세대에서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끔찍한 일”이라고 지진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무너져 내린 건물들처럼 카트만두 계곡에 모여 있는 유적들도 지진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박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파탄 두르바르 광장, 바산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보다나트 스투파 등 4곳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전했다.

카트만두 거리에서는 건물 파편에 맞은 사람들의 비명과 울음, 병원을 향하는 구조대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임시 병동이 차려진 병원에는 전동 인력거와 트럭 등에 실려온 환자들로 가득찼다.

의료진이 피범벅이 된 시민의 머리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주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인도주의 활동을 위해 카트만두를 방문하고 있던 중 지진 피해자 치료에 나서게된 미 툴레인대학 의대 외과의 디트릭 헤닝스씨는 이런 경우 건물 더미 등에 끼여 팔다리에 복합 골절을 입은 부상자들이 대부분이며 최악의 경우 부상부위를 절단해야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도시는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뀌었지만 무너진 건물에 깔린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도 이어졌다.

주민들은 쇠 지렛대 등 도구를 이용하거나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들어내 소중한 목숨을 구했다.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많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카트만두의 ‘랜드마크’ 다라하라(빔센) 타워가 이번 지진에 완전히 무너져내려 이곳에서만 180명이 파묻혀 사망했다.

주민 산데쉬 카지 쉬레스사 씨는 “친구들과 힘을 합쳐 무너진 건물에서 할머니와 품에 안긴 손자를 꺼냈지만 이미 죽은 상태였다”며 “매우 슬프고 아주 힘들 날”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지진이 도시를 한바탕 할퀴고 갔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여진의 공포에 떨고 있다.

네팔 강진이 발생한 후 8시간 동안 6.6 규모를 포함한 모두 65차례의 여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여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집 밖으로 나와 밤을 지새웠다.

사람들은 플라스틱 자리나 상자를 깔고 누웠고 몇몇은 추위를 몰아내고자 불을 피우기도 했다. 주민 대부분은 즉석 라면이나 과자로 끼니를 때웠다.

카트만두 주민인 사지야 구룽 씨는 “오늘 밤 노숙을 하긴 했지만 (여진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여전히 두렵다”고 설명했다.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버린 도시에서 구호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쉬레스사 씨는 “힘닿는 대로 구조를 돕고 있지만 여기에 있는 구조팀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병원도 통제 불능 상태라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아동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매 순간 나빠지고 있다”며 “음식과 옷, 의약품이 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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