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價 쥐락펴락 옛말 OPEC 시대 저문다

油價 쥐락펴락 옛말 OPEC 시대 저문다

입력 2014-11-25 00:00
업데이트 2014-11-2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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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손쉽게 만나 힘들지 않게 결정을 내리던 시절을 누려 왔는데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12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생산량을 조절해 유가를 좌지우지하며 지난 세기 세계 석유시장을 쥐락펴락해 왔다. 하지만 세계가 저유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OPEC의 영향력이 옛날 같지 않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유가는 30% 폭락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에 공급 과잉이 겹쳐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OPEC 회원국 석유장관들은 오는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유가 상승 유도를 위한 감산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카타르의 압둘라 빈 하마드 아티야 전 석유장관의 말을 인용해 세계적인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OPEC이 비회원국에 매달려야 한다고 보도했다. 아티야 전 장관은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OPEC 혼자 시장의 균형을 유지할 수 없다”며 “러시아, 노르웨이, 멕시코 등 OPEC 비회원국들이 (감산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OPEC이 만장일치로 감산을 결정하더라도 비회원 생산국의 감산 협조가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OPEC의 하루 산유량은 3025만 배럴이었다. 하루 생산 쿼터 3000만 배럴을 초과한 것이다. 올 들어 세계 수요는 9240만 배럴로 감소 추세지만 OPEC 이외 석유 생산국들은 꾸준히 산유량을 늘려 왔다. OPEC의 나 홀로 감산 결정이 ‘약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유가 하락으로 경제에 타격을 입으면서도 당장 감산 계획이 없다고 밝혀 OPEC을 실망시켰다.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미국이다.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그간 OPEC을 즐겁게 했던 미국은 셰일가스 붐으로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해지면서 올 들어 원유 수입량을 대폭 줄였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OPEC산 원유 수입은 3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셰일혁명’으로 하루 평균 90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미국은 이제 석유 수출국으로의 변신도 꾀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OPEC 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이란 등은 감산을 원하지만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칼자루’를 쥔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칫 이라크, 이란은 물론 미국에 시장을 내줄까 우려해 감산에 회의적이다.

OPEC은 회담에 앞서 회원국을 돌며 사전 이견 조율에 나서는 한편 비회원국들과도 접촉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OPEC의 동분서주에도 이번 회담에서 감산 결정이 내려질지 확실치 않다. 외신들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OPEC의 시대가 갔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세계가 새로운 저유가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서 OPEC이 힘을 잃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2014-11-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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