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부 은닉재산 추적과세가 효과적 불균형 해소법”

“갑부 은닉재산 추적과세가 효과적 불균형 해소법”

입력 2014-08-08 00:00
업데이트 2014-08-08 10:3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美·유럽 경제학자, 잇따라 분석…”부자세 필요한 이유””美 슈퍼 부자에 제대로 과세하면 뉴욕 공립학생 100년 공짜 점심 가능”

드러나지 않는 ‘슈퍼 부자’를 찾아내 제대로 과세하는 것이 갈수록 심화하는 경제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런 결론은 유럽중앙은행(ECB)의 필립 버뮬렌 이코노미스트와 런던정경대(LSE)의 가브리엘 주크먼 교수 연구와 세계은행이 1988∼2008년의 소득 격차 자료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의한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불평등의 대가’(The Price of Inequality)를 쓴 조지프 슈티글리츠는 7일 “상위 1%의 슈퍼 부자가 자기 부(富)를 축소하는 일이 적지 않을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이 때문에 “우리 시스템이 더 왜곡되고 불공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크먼은 “세금 천국에 숨는 슈퍼 부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경제 불균형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서 “이들의 소득과 자산을 제대로 파악하면 세제 개혁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DC 소재 비정부기구(NGO)인 ‘센터 포 이퀴터블 그로우스’ 관계자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효과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간 제대로 된 불균형 해소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크먼에 의하면 순자산이 최소 2천만 달러가 넘는 미국의 0.1% 상위 부자는 2012년 기준으로 미국 부의 23.5%를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그의 이전 분석 수치인 21.5%보다 늘어난 것이다.

주크먼은 ‘21세기 자본론’(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을 써 화제를 일으킨 프랑스 경제학자 톰 피케티 및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임마누엘 사에즈 교수와 슈퍼 리치의 정확한 과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버뮬렌이 지난달 낸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상위 1% 부자는 2010년 기준으로 미국 부의 35∼37%를 소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같은 시점 집계인 34%를 초과한 것이다.

유럽 슈퍼 부자의 ‘재산 은폐’는 미국보다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이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크먼에 의하면 미국 슈퍼 부자는 자산의 4%를 국외에 둔 반해 유럽은 그 비율이 약 10%로 훨씬 높았다.

그는 “슈퍼 부자 자산이 재단과 지주회사 등에 분산돼 있는 것도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분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슈퍼 부자의 자산 규모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오스트리아 상위 1% 부자는 포브스 자료를 토대로 할 때 지난해 이 나라 전체 부의 36%를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다른 자료를 통한 분석으로는 이보다 13%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크먼 분석에 의하면 미국 부자의 자산 국외 도피로 말미암은 한해 미 연방 정부 세수 손실이 360억 달러에 달했다.

이 돈은 뉴욕시 모든 공립학교 학생의 점심을 100년 이상 공짜로 줄 수 있는 규모라고 주크먼은 강조했다.

유럽 당국의 이런 세수 손실은 미국보다 훨씬 많은 750억 달러로 추산됐다.

주크먼은 “소득 불균형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면서 “일각에서 ‘부자 세’를 신설하자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슈퍼 부자가 부를 감춘다는 비판에 동조하는 부자도 적지 않다.

상위 1% 미국 부자의 일원인 제프리 홀렌더(60)는 “돈이 많을수록 감추고 세금을 덜 내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세탁 및 개인생활용품 판매회사인 세븐스 제너레이션 창업자인 그는 보스턴 소재 NGO ‘책임 있는 부자’의 일원으로 경제 불공평성 해소 노력에 동참해왔다.

이 조직의 또 다른 회원인 제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도 “부자 거리인 맨해튼 센트럴 파크 5번가를 오가며 다른 많은 사람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고 사는 것이 좋은가?”라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