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금녀의 벽’ 언제까지

바티칸 ‘금녀의 벽’ 언제까지

입력 2013-03-14 00:00
업데이트 2013-03-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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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교황 조안의 전설’ 소개…실존설도

전 세계 가톨릭 인구 가운데 여성은 약 6억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하지만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 115명 가운데 여성은 단 한명도 없다. 여성 사제의 서품을 허용하지 않는 가톨릭 교회의 오랜 전통 때문이다.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황은 물론이고 추기경을 비롯한 고위 성직자도 오직 남성에게 허락된 자리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 CNN 방송은 13일(현지시간) ‘교황 조안(Pope Joan)의 전설’을 소개하며 가톨릭 교회의 ‘금녀(禁女) 원칙’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전설에 따르면 영국 출신으로 알려진 교황 조안은 여성임을 숨기고 교황이 됐다. 종교학적 지식과 깊이에서 조안을 따라올 남성 추기경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즉위 후 행진하던 중 조안이 임신 사실이 발각된 데 이어 아이까지 출산하자 분노한 추기경들이 그의 발을 말꼬리에 묶어 로마 시내 거리를 끌고 다니며 결국 숨지게 죽게 했다는게 전설의 내용이다.

교황 조안이 실존했다고 믿는 이들은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1700년대까지 추기경들은 “차기 교황에 적합한 신체 구조를 지녔는지 확인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의자에 앉을 것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이는 또다시 여성이 몰래 교황에 오르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또 로마 시내 ‘비쿠스 파피사’(Vicus Papissa·여성 교황의 길)라는 이름의 거리가 교황 조안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 이곳에는 그와 그 아이를 위한 사당도 있다.

이 거리의 이름은 교황 조안과 관련된 게 아니라 다른 교황의 가족들이 살았던 데서 유래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가톨릭 교회는 최근 교황의 행렬이 이 거리를 지날 수 없도록 결정했다.

교황 조안의 전설이 이처럼 수 세기 동안 신도들 사이에 구전되는 것은 언젠가 여성 고위 성직자가 등장하리라는 기대와 열망을 방증한다고 CNN은 풀이했다.

이 밖에도 가톨릭 교회의 역사와 교리 많은 부분에서 여성에 대한 높은 인식을 찾아볼 수 있다고 CNN은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마의 성 루시아 성당을 장식한 벽화는 과거 교회 내 여성들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으며 교회사에서 많은 여성이 성인과 순교자로 추대되고 있다. 또 가톨릭 신자들에게 예수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는 깊은 존경의 대상이다.

성 루시아 성당의 한 여성 신도는 “우리 모두가 더욱 많은 곳에서 여성을 볼 수 있길 원한다”면서 “오늘날 여성은 매우 중요한 존재이며 이는 (교회로서도)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바티칸 그레고리안 대학교의 도나 오르수토 교수도 “교회가 여성의 목소리와 조언을 받아들인다면 일련의 위기를 타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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