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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현장> 격전지 오하이오, 유세열기 ‘후끈’

<美대선 현장> 격전지 오하이오, 유세열기 ‘후끈’

입력 2012-10-24 00:00
업데이트 2012-10-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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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능변으로 분위기 띄우며 부동층 공략 총력 자신에겐 박수와 함성, 롬니에겐 야유 유도

23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트라이앵글 파크.

옛 미국프로풋볼(NFL) 팀인 데이턴 트라이앵글스의 홈 구장이던 이곳에 미국 민주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오후 일찍부터 모여들기 시작했다.

전날 밤 외교 정책을 주제로 한 마지막 TV 토론에서 오바마가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게 완승했다는 평가를 받아서인지 청중들의 열기는 오바마나 조 바이든 부통령이 등장하기 전부터 한껏 고조돼 있었다.

플로리다주 보카레이튼의 린 대학에서 열린 TV 토론을 마친 오바마는 이날 오후 오하이오로 날아와 오전부터 이 지역을 돌던 바이든과 합쳤다.

선거인이 18명인 오하이오주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풍향계와도 같은 곳이다.

2004년 대선 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겼고 4년 전인 2008년엔 오바마가 승리했다.

오바마와 롬니 캠프가 이틀이 멀다 하고 오하이오를 찾아 샅샅이 훑고 다니는 이유다.

바이든이 한껏 달궈놓은 열기 속에 등장한 오바마는 기세등등했다.

’연설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는 마치 토론 내용을 편집한 듯 청중들에게 반복해 강조하면서 자신에게는 박수와 함성을, 또 롬니에게는 야유와 조롱을 유도했다.

우선 롬니의 외교 정책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무모하고 중구난방이라고 했다.

오바마는 “롬니는 토론 때 이라크에 더 많은 군대의 주둔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몇 달 전 동영상을 보면 2만 명은 남겨둬야 한다고 했다. 어젯밤 그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계획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전에는 그런 시간표를 정하는 걸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빈 라덴 사살도 토론에서는 잘했다고 했지만 2007년 사람 하나 잡으러 다니는데 그렇게 많은 인력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최근 자신이 지어낸 ‘롬니지어’(Romnesia: 롬니+기억상실증< Amnesia>)라는 단어도 수차례 등장시켰다.

너무 자주 견해를 바꿔서 자기 입장이 뭔지도 모른다는 의미로, 오바마는 전날 밤 롬니에게서 아주 심각한 증상을 또 봤다고 해 청중들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그는 “불과 몇 주 전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교사를 더 고용할 필요가 없다고 해놓고 토론 때 선생님을 사랑한다고 하면 그게 롬니지어다. 부유층 감세가 없다고 해놓고 상위 1%에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약속하면 그게 롬니지어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했다.

겉으로 자동차 산업을 살리겠다고 해놓고 “디트로이트(자동차 산업의 본거지)를 파산시키라”는 칼럼을 쓰면 그 또한 롬니지어라고도 했다.

자동차 산업의 본산이자 일자리 8개 중 1개가 자동차 산업과 연관된 오하이오 주민의 표심을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

그는 “밋 롬니가 대통령이라면 자동차 산업은 붕괴 직전일 것이고 오늘 같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없었을 것”이라며 “중국에 자동차를 파는 대신 중국에서 자동차를 사들여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 공장이 있는) 디트로이트건, 톨레도건, 로즈타운이건 자신은 파산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롬니에게 부족한 게 신뢰이고 대통령과 군 통수권자에게 요구되는 게 신뢰인 만큼 롬니는 대통령감이 못 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롬니 외교 정책은 냉전이 끝나기 전인 1980년대식이고 사회 정책은 1930년대식이며 경제 정책은 1920년대식이라는, 전날 토론에서 롬니를 몰아붙일 때 했던 표현도 다시 써먹었다.

취임 이후 새 일자리가 500만개 늘었고 제조업은 1990년대 이래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미국은 어쨌거나 전진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 대목에서 청중들은 “4년 더”를 열창하며 그의 연설에 호응했다.

롬니와 달리 자신의 공약은 산수가 되고 실속 없는 밑그림도 아니며 막무가내로 좋다는 식의 ‘오키도키’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해외로 일자리를 넘기는 기업에 줬던 세제 혜택을 미국 내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소기업과 제조업체에 제공함으로써 제조업 기반을 다지고 2020년까지 원유 수입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자체 생산을 늘리고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아동 교육 및 근로자 훈련 강화, 10년간 수학 및 과학 교사 10만명 양성, 근로자 200만명 직업 교육, 4조 달러 재정 적자 감축 및 10년 후 균형 재정 완성, 전쟁 종식 및 전쟁 비용 국내 투자 등의 공약도 반복했다.

오바마는 연설을 끝내면서 롬니와 자신이 제시한 두 개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결론 내렸다.

이날 유세를 지켜보면서 청중을 쥐락펴락하는 그의 능변에 다시 한 번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대부분 지지자인 청중 가운데 부동층이 확실해 보이는 일부 유권자의 눈빛에서는 오바마에게 4년을 더 맡기는 것이 나은지, 25년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미국의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하는 롬니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게 옳은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마음도 확연히 읽혔다.

한편, 유세 현장에서 한국기자들과 만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대선의 향방’을 묻는 말에 “선거 캠페인과 관련된 질문은 정치 담당에게 물어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전날 열린 3차 TV토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이나 한반도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국은 미국의 강력한 동맹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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