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백악관 요직 대부분 차지… 오바마계와 주도권 다툼 가능성↑
오바마 새 정부가 과거 클린턴 정부에서 일했던 인사들을 잇따라 내정하고 있다. 정권 인수위원회팀에 이어 백악관과 내각 구성에 있어서도 ‘클리턴 사람’을 대거 선택하자 변화를 내세우고 있는 버락 오바마 당선인이 사실상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클린턴 사단’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힐러리 클린턴이다.19일(현지시간) AP 등 외신들은 힐러리가 장관직을 수락할지 저울질 중이라고 전했다. 열쇠가 오바마가 아닌 힐러리에게 넘어갔다는 얘기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이어 흑인 장관 탄생을 예고하며 화제를 모았던 에릭 홀더 법무장관 내정자 역시 클린턴 정부 사람이다. 홀더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을 지냈다. 이날 CNN이 국토안보부 장관 내정자로 보도한 자넷 나폴리타노도 경선에서는 오바마를 지지했지만 클린턴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인물이다.
내각 구성에 앞서 이뤄진 백악관 주요 직책도 클린턴 정부 사람들이 차지했다. 램 이매뉴얼 비서실장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재정을 담당했고 1993년부터 6년간 백악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레그 크레이그 법률고문은 클린턴이 탄핵 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법률팀을 진두지휘했다.
앞서 꾸려진 정권 인수위팀은 클린턴 사단으로 북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무부 인수팀을 이끌고 있는 조슈아 가트바움은 클린턴 정부 시절 국방부와 재무부 차관보였고, 마이클 워런은 국가경제위원회 임원을 맡는 등 클린턴 정부 시절 요직을 지냈다. 국무부 인수팀을 공동으로 맡고 있는 토머스 도닐론과 웬디 셔먼 역시 클린턴 정부 관료다. 국방부 공동 인수팀장으로 뽑힌 존 화이트와 미셸 플루노이도 각각 국방부 장관 경력과 차관보 경력을 갖고 있다.
물론 차기 내각과 백악관 요직에는 측근 그룹으로 불리는 ‘시카고 사단’도 포함돼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도 거론됐던 톰 대슐 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보건후생관에, 오바마의 최측근 데이비드 액설로드가 백악관 선임고문에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또 CNN은 이날 상무장관에 정치자금 모금 책임을 맡았던 페니 프리츠커를 내정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측근들은 ‘클린턴 3기’ 논란에 대해 “대통령 자체가 변화의 상징이기 때문에 그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과거 정부에서 일했던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권력의 속성상 오바마계와 클린턴계가 주도권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차기 정부의 원활한 출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힐러리에게 국무장관을 맡길 경우 같은 정치 진영 최대의 라이벌과의 동거를 감수해야 하는 만큼 오바마에게는 정치적 모험이 될 수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08-11-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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