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판 문화대혁명 서곡인가?

이란판 문화대혁명 서곡인가?

이세영 기자
입력 2006-09-07 00:00
수정 2006-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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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학생들에게 대학의 ‘사상 청소’를 독려하고 나섰다. 정교 분리와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며 젊은이들의 사상을 오염시키는, 세속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강단의 독버섯들을 학생들이 나서 제거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AP통신은 연말 지방선거를 앞둔 아마디네자드 정부가 지식인들의 비판을 잠재우고 젊은층에 대한 사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대학 정화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에서 가진 대학생 간담회에서 “자유주의자들이 왜 아직까지 강단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지를 총장에게 물어야 한다.”면서 “정부를 향해서도 이들에 대한 퇴출정책을 지속하도록 학생들이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과 언론에 대한 사상통제는 ‘신정 이슬람 공화국’을 표방한 이란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1979년 혁명을 통해 들어선 호메이니 정부는 집권초 수백명의 자유주의·좌파 교수들을 강단에서 쫓아냈다. 아마디네자드 정부도 올해초 테헤란 대학에 유례가 없는 성직자 총장을 임명한 뒤 수십명의 자유주의 성향 교수들을 강제해직했다.

하지만 아마디네자드의 이날 발언은 사상통제를 위해 정부기관이 아닌 ‘혈기왕성한’ 학생들을 동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같은 ‘아래로부터의 사회개조’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문화대혁명 당시 학생들이 주축을 이룬 홍위병들은 낡은 전통과 부르주아 잔재를 일소한다는 명분으로 관료와 지식인 숙청에 앞장섬으로써 결과적으로 집권층의 통치 기반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헤란 대학의 사에드 알 아가 교수는 “아마디네자드와 측근들은 대학에서 반대파를 쓸어내고 젊은이들의 두뇌를 지배하고 싶어 한다.”면서 “문화혁명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6-09-0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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