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푸틴 G8 앞두고 신경전

부시-푸틴 G8 앞두고 신경전

이세영 기자
입력 2006-07-14 00:00
수정 2006-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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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주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서방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최국 러시아와 미국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국내사안에 대한 어떠한 간섭행위도 용납치 않겠다.”며 회담기간 러시아 정치상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나섰다. 다분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두 나라의 관계는 지난 5월 “러시아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풍부한 자원을 이웃나라에 대한 협박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급속히 냉각됐다. 지난해 2월 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의 민주주의 문제를 두고 두 나라 정상이 논쟁을 벌인 전력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 NBC 방송과의 회견에서 “선의의 비판은 받아들이겠지만 내정에 간섭할 목적으로 러시아에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에는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면서 “체니의 발언은 ‘오발 사고’”라고 비꼬았다. 체니 부통령이 지난 2월 메추리 사냥을 하다 실수로 친구를 쏴 부상을 입힌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프랑스 LCI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나라마다 존중받아야 할 고유한 가치 기준들이 있다.”면서 “이것을 무시한 채 민주화를 요구하는 것은 ‘문명화’를 구실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를 수탈한 19세기 식민주의자들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이 최근 러시아 반정부 단체들이 G8회담에 참석하는 서방 지도자들에게 국내 정치상황을 비판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회담 주최국인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정치문제를 쟁점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는 기존입장을 재고해주길 원한다.”면서 “체니 부통령의 발언으로 화가 나 있는 러시아를 향해 부시 대통령이 유사한 발언을 할 것이란 기대는 접는 게 낫다.”고 전했다. 잡지는 그러나 “푸틴이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대한 미국의 지지 철회를 요구한다면 부시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6-07-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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