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판 로미오와 줄리엣

중동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세영 기자
입력 2006-05-20 00:00
수정 2006-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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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여, 장벽이 우리를 갈라놓을지라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게 하소서.”

그들이 부르는 신의 이름은 다르지만 갈구하는 내용은 하나다. 역경을 딛고 일궈낸 가정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런 그들을 사람들은 ‘중동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부른다. 죽도록 사랑하는 사이지만 외부의 힘에 의해 생이별의 고통을 감수해야 할 운명이 앞에 놓여있는 까닭이다.

조각가인 오사마 자타르(26)와 발레리나 자스민 아비사르(25)는 예루살렘 인근의 동물보호소에서 함께 일하다 2년전 결혼했다. 이스라엘의 여느 부부와 다른 점은 자타르가 이슬람교를 믿는 팔레스타인인이고 아비사르는 안식일마다 시나고그를 찾는 유대인이란 점이다.

처음엔 반대하던 양가의 어른들도 진실되고 아름다운 두 사람의 사랑에 손을 들었다. 그러나 신혼의 단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이스라엘 당국이 자국 영토 안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인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모든 생활기반이 이스라엘에 있는 부부는 이 결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최근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부부가 이스라엘에서 함께 살 길은 막혔다.

부부는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라말라에 임시로 거처를 마련해 살고 있다. 문제는 매일 예루살렘의 직장으로 출퇴근해온 아비사르의 통행허가증이 이달로 만료된다는 것이다. 남은 것은 아비사르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부부가 헤어지는 방법뿐이다. 아비사르는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처지의 많은 부부들이 직장을 포기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하느냐 아니면 생계를 위해 생이별을 감수하느냐 하는 기로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남편 자타르는 내전 위기로 치닫는 라말라의 정치상황을 더 우려한다. 그는 “지금 같은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단돈 100달러를 위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다.”면서 “생계 때문이 아니라 아내의 안전 때문에 예루살렘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을 갈라놓은 법은 무장세력의 자살폭탄 공격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 의회가 제정했다. 법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남성과 여성은 각각 35세와 25세가 넘지않을 경우 이스라엘 영토 안에 배우자와 함께 머무를 수 없다.

이스라엘의 국내외 인권단체와 아랍계 의원들은 이 법이 세계인권선언의 취지에 반하는 ‘인종주의적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스라엘 영토와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가 맞닿은 경계에는 현재 5m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과 감시탑, 전기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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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6-05-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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