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북부 사마라의 시아파 최고 성지인 아스카리야 사원의 황금 지붕이 폭탄 공격으로 파괴되자 분노한 시아파들이 수니파 모스크와 정당 등에 대한 무차별 공격에 나서 23일까지 13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각 정파 지도자의 자제 호소가 이어졌지만 수니파 지도자인 살만 알 주마일리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이 긴급 소집한 대책 회의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도 이날 무장단체 헤즈볼라 주도로 수니파를 응징하자는 시위가 벌어졌다.
●하루새 바그다드에서만 시신 50여구
수도 바그다드와 남부 바스라 등 이라크 전역에서의 수니파 모스크를 겨냥한 시아파의 공격으로 54명이 희생됐다고 미 CNN이 보도했다.22일에는 바그다드에서만 50여곳의 수니파 모스크가 공격을 받아 성직자 3명도 사망했다.
또 바그다드에선 하루 만에 총상을 입은 시신 50여구가 발견돼 종파간 보복이 극에 달했음을 방증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앞서 남부 바스라에선 경찰로 위장한 괴한들이 수니파 죄수 11명을 사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사마라 지역을 취재하다 전날 저녁 괴한들에 납치된 알 아라비야 방송의 특파원을 포함,3명의 언론인이 이날 숨진 채 발견됐다고 BBC는 덧붙였다. 바그다드 북쪽의 바쿠바에선 이라크군 순찰대를 겨냥한 폭탄이 터져 12명이 희생됐고 수니파 모스크를 겨냥한 괴한들의 총기 난사로 1명이 숨졌다.
성소 파괴를 저질렀다고 스스로 밝힌 세력은 아직 없다. 바그다드 북쪽 125㎞에 자리한 사마라는 인구 25만명 대부분이 수니파다. 미군에 대한 저항이 극렬했던 곳이다. 수니파는 “이라크의 분열을 노리는 음모”라며 배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각 정파의 자제 호소도 안 먹혀
시아파 최고 성직자인 그랜드 아야툴라 알리 알 시스타니는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날 자동소총과 로켓추진 수류탄 등을 쏘며 수니파 공격을 주도한 시아파 무장조직 알 마흐디 민병대는 전면적인 보복을 다짐했다. 미군은 병력 증강과 야간통금 연장 등 비상 태세에 들어갔다.
쿠르드족 출신인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은 “내전 위험 앞에서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며 진정을 호소했다. 시아파가 주도하는 대연정 구상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해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파괴된 성소의 복구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강경 시아파의 민병대 재건 움직임에 적잖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편 전날 경찰로 위장한 무장세력에 의해 황금 돔이 파괴된 사마라의 아스카리야 사원은 10∼11세기에 축조된 시아파의 대표적인 성지다.10·11대 이맘(종교지도자)의 묘소가 있다. 시아파들은 11대 이맘의 아들인 12대 이맘 알 마흐디가 1100년이 흐른 지금도 죽지 않고 구원자로 재림할 것으로 믿고 있다.
이라크에서 시아파는 전체 인구 2600만명 중 60%를 차지하지만 지금까지 정권은 사담 후세인 등 수니파 차지였다. 수니파는 이란·이라크를 제외한 이슬람 지역에서 주류 대접을 받고 있다. 서기 680년 카르발라 전투 이후 마호메트의 후손 중에서 통치자를 뽑아야 한다는 시아파와 혈통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수니파로 갈라졌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