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총선 D-9 이라크 미래는] ‘반쪽선거’ 시비땐 내전 치달을듯

[월드 이슈-총선 D-9 이라크 미래는] ‘반쪽선거’ 시비땐 내전 치달을듯

입력 2005-01-21 00:00
수정 2005-01-2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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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내세운 이유는 테러 위협이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졌고 테러세력과 연계됐다고 했다. 후세인 정권을 제거하면 국제사회는 더 안전해지고 선거를 통해 중동에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오는 30일 이라크에선 총선이 치러진다. 그렇다면 미국의 시나리오는 과연 성공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미 국가정보위원회(NIC)는 테러리즘이 줄어들기보다는 과거 아프가니스탄처럼 미군 치하의 이라크가 테러리스트를 양성하는 ‘훈련소’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는 내전으로 가는 길?

NIC는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오사마 빈 라덴과 연계된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이라크 민족주의자들과 새로운 관계를 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라크 인구의 20%로 후세인 정권을 뒷받침했던 수니파들이다.

수니파는 인구 60%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 선거를 보이콧했다. 시아파는 미국의 지원에다 이라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란의 도움도 받고 있다. 백악관도 이번 선거가 불완전하게 치러질 것임을 시인한 상태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 정보국도 선거 이후 폭력사태가 더 확산되고 시아파와 수니파간의 ‘내전’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미 일간 ‘나이트라이더’가 19일 보도했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주창한 이라크와 테러세력의 연계가 이라크 침공 이전이 아니라 그 이후에 형성된 점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美 일방적 짜맞추기로 기형적 선거 초래

이번 총선은 이라크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인 ‘짜맞추기’ 결과다. 유권자를 파악할 인구조사를 실시하거나 선거구역을 정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라크 전역을 단일 선거구로 하는 ‘기형적 선거’형태를 초래했다. 이는 지역기반이 약한 해외 망명세력이 의도한 바이기도 하다. 반면 소수인 수니파나 지역에서만 알려진 인사들은 당선될 가능성이 적어졌다. 저항세력이 통제하는 3∼4개 주에서는 아예 투표 자체가 봉쇄돼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수니파가 10% 이상 득표하기란 힘들고 이를 계기로 수니파와 시아파의 반목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시아파 망명세력들을 지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수니파의 득표율이 5∼6%에 그치는 점을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유엔과 미국 관리들은 선거 이후 정통성 시비가 최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선거 후유증을 예상,275석의 제헌 의회와 새로 수립될 정부 각료에 수니파의 몫을 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라크 임시정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총선 연기는 시아파의 반발을 부르고 저항 세력에는 자칫 미국의 패배로 비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민주정부 수립까지는 가시밭길

제헌의회는 8월15일까지 헌법을 제정하고 12월15일 이전에 총선을 다시 실시한다. 하지만 선거의 정통성 시비가 불거지고 저항세력의 공격이 거세지면 제헌 과정 역시 순조로울 것 같지 않다. 중동지역의 왕정국가들도 선거로 수립되는 이라크 정부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이들은 ‘선거의 도미노’를 우려해 경계심을 강화하고 그 결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에다 초점을 맞춘 외교력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도 집권이 예상되는 통일이라크연맹(UIA)이 정통성 확보와 지지기반 확충을 위해 미군의 철수 일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미군이 군사작전의 전권을 이라크에 넘길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종파간 갈등에다 폭력사태의 악순환, 이란 등 주변국과의 미묘한 외교적 관계 등으로 미국이 바라는 민주정부 수립은 원점에서만 맴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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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일기자 mip@seoul.co.kr
2005-01-21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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