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의 리처드 액설(58)과 린다 B 벅(57)은 아직까지도 신비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후각의 비밀을 규명할 수 있는 단초를 찾아낸 공적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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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어떻게 사람이 쓰거나 시고 단 냄새를 따로 구분해 맡을 수 있으며,오랜 세월이 흐른 뒤 어떤 기전과 경로를 통해 이 냄새를 다시 상기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인간의 오감(五感) 중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후각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핵심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액설과 벅은 1991년 유전자 1000여개로 구성된 후각 유전자군을 공동으로 발견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이후 개별적인 연구를 통해 후각기관이 분자 수준에서 세포 조직까지 작용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처음으로 제시한 인물들이다.
특히 이들이 발견한 1000여개의 후각 관련 유전자군은 인체에 있는 전체 유전자 약 3%에 해당하는 것으로, 유전자 하나하나가 냄새를 맡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후각수용체 생성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콧속 윗부분의 점막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 후각상피세포 내 1000여개에 이르는 후각수용체는 단위 세포별로 각각 감지할 수 있는 냄새의 범위가 정해져 있어 호흡할 때 들숨에 빨려 콧속으로 들어오는 냄새 분자들을 감지한다.
일단 후각수용체에 감지된 냄새는 신경신호로 바뀌어 뇌의 후각영역에 있는 후각망울에 전달돼 각 냄새의 독자적 특성,즉 ‘향기롭다’거나 ‘쓰다’ ‘맵다’는 등으로 이를 식별하는 경로를 거치게 된다.
이들은 아울러 뇌에 이같은 냄새를 감지,저장하는 특별한 후각 관련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시간이 경과한 후에도 개별 냄새의 특성을 상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후각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이 가진 특유의 기능으로,이들의 연구 결과는 후각의 비밀을 푸는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했다.
이들은 1개의 후각수용체가 담당하는 냄새는 2∼3개 종류이며,냄새라는 것은 일종의 화학물질이 작용하는 것이어서 그것을 인지하는 수용체가 냄새 신호를 받아 뇌의 중추신경계에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아울러 후각수용체 세포에 후각수용체 유전자가 각각 한 개씩만 발현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즉 1000개에 이르는 후각수용체가 작용하는 만큼 이런 조직체계에 맞춰 냄새를 맡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도 1000개가 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는 “1만가지 이상 되는 냄새의 종류를 인간이 어떻게 감지하고 기억하는지에 대한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규명했다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업적”이라며 “실제로 임상 현장에는 후각이 손상된 환자가 의외로 많은데,이 연구로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도 고무적인 성과”라고 설명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2004-10-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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