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배우려면 오지 마세요.” 고려대 국제학부 새내기인 박은준(20)씨는 ‘요즘 후배들이 국제학부에 관심이 많다.’는 말에 손사래부터 쳤다. 영어는 단지 공부하는 데 필요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신이 정말 원하는 전공인지 확인부터 하라는 충고였다. 영어를 특별히 잘해서 합격한 것이 아니라는 그에게 국제학부에 진학하기까지 준비 과정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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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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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준씨
●외국 나가본적 없지만 영어수업 들을만
당초 국제학부를 목표로 공부했던 것은 아니다. 평소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아 관련 전공을 찾다가 국제학부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창 정시모집 원서를 낼 때였다. 당연히 토익이나 토플 점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고려대는 영어 실력과 상관없이 정시모집에서도 학생을 뽑아 지원할 수 있었다. 수업을 영어로 한다는 문제로 조금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들어와 보니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외국에 나가 본적 없지만 영어에 대해 걱정을 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입학한 뒤에는 졸업 자격으로 토플 점수가 필요해 방학 중에 개인적으로 토플 강의를 들은 경험이 있다. 단 교재가 원서라 어려운 단어가 많고, 숙제도 영어로 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한 학기를 생활해 보니 영어보다 전공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영어 실력이 뒤처질 수 있지만 노력하면 따라갈 수 있다고 본다. 주위를 둘러보면 영어보다는 전공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훨씬 많다.
●수능 준비는 양보다 질
언어나 수리 영역은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 하나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어차피 수능은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와 똑같은 문제는 출제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역대 기출문제나 모의고사 등 양질의 문제를 자세히 분석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내 판단이었다.
언어는 지문을 분석하는 연습을 철저히 했다. 친구들이 문제풀이에 열중할 때 난 기출문제나 모의고사 문제에만 열중했다. 각 단락의 소주제와 핵심어를 찾고, 글의 구성, 전개 과정 등을 다이어그램이나 순서도 등을 그려보며 자세히 파악했다. 아는 어휘도 중요한 것은 국어사전을 찾아서 다양한 쓰임새를 찾아 공부했더니 실제 수능에서 큰 도움이 됐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공부법이지만 문제만 많이 푸는 것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수리도 마찬가지다. 문제분석에 중점을 둬 공부했다. 한 문제를 풀더라도 곧바로 풀기 전에 이 문제가 어떤 단원에서 나왔고, 왜 이 문제를 냈는지, 어떤 원리를 이용해야 할지 등을 생각해본 뒤 풀었다. 고3이 되면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지만 이를 과감히 떨치는 것이 필요하다. 수리도 주요 교재 한 권을 자신만의 교재로 만드는 ‘단권화’ 작업을 권하고 싶다.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것은 물론, 혼자 문제집을 풀다가 주요 개념과 원리에 대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잘 정리된 교재를 한 권쯤은 만들어 놓으면 도움이 된다.
●자신있는 과목도 꾸준히 해야 결실
외국어(영어)는 비교적 가장 자신있는 과목이었다. 학교에서도 곧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고3 때 방심한 나머지 영어를 조금 소홀히 했더니 점수가 금방 떨어지더라. 그때 자신있는 과목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영어는 다른 과목과는 달리 문제집을 많이 풀면서 공부했다. 다양한 지문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학교와 학원에서 다루는 교재 외에 교육방송 교재는 모조리 풀었다. 고3 때는 한 달 평균 최소 세 권씩은 풀었던 것 같다.
영어를 잘하니까 국제학부에 합격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 영어 실력은 사실상 중학교 때 공부가 중요한 바탕이 됐다. 초등학교 때는 영어를 배우지 않았다. 중1 때 문법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원서로 된 초급 문법교재와 성문기초영문법을 공부했다. 중2 때는 고등학교 문법을 익혔다. 문법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잡고 나니 자신감이 생겨 관심 분야를 넓혔다. 중3 때 몇 달 다니지는 않았지만 회화학원과 토익학원도 경험했다. 이후 고등학교에서는 영어 걱정은 하지 않았다. 지금도 국제학부에서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박은준씨는…
올해 서울 정신여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국제학부에 정시모집으로 합격했다. 꿈은 통일 문제 전문가. 장래 통일부나 통일문제연구소 등 정부 및 연구기관에서 통일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현재 전문가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진로를 고민 중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2006-09-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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