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지상최대의 선거, 인도의 총선/이옥순 인도연구원장·연세대 연구교수

[열린세상] 지상최대의 선거, 인도의 총선/이옥순 인도연구원장·연세대 연구교수

입력 2014-03-31 00:00
업데이트 2014-03-31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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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순 인도연구원장·연세대 연구교수
이옥순 인도연구원장·연세대 연구교수
유권자 8억 1400만 명인 지상 최대의 선거가 4월 7일에 막을 올린다. 인도의 총선이 시작되는 것이다. 543명의 16대 하원의원을 뽑는 선거로 지역별로 날짜를 달리해 5월 12일까지 9단계로 치러진다. 단 하루 만에 선거가 끝나는 우리나라와 달리 기간이 6주나 걸리고 여러 단계로 진행되는 것은 땅이 넓고 유권자가 많아서 선거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투표일은 달라도 전자투표의 개표는 5월 16일 전국에서 동시에 이뤄진다.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의 유권자는 우리나라 인구의 15배, 미국 인구의 3배에 가깝다. 그래서 ‘세계최대의 민주주의’라고 불린다. 인도보다 인구가 많은 중국은 민주체제가 아니므로 인도가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인구보유국이다. 투표소 93만 개, 전자투표기 170만대, 선거관리요원 500만 명 이상이 총선을 위해 총동원된다. 초대형 총선을 관리하는 능력만으로도 인도의 역량은 증명된다. 유권자가 7억 명이 넘었던 2009년의 선거도 무사히 끝냈다.

역대 총선의 평균투표율은 60퍼센트로 공정하고 자유롭게 치러졌다. 이번엔 강력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어서 투표율이 70퍼센트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4년 선거가 한층 흥미로운 것은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젊은 유권자들이 1억 5000만 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 역시 우리나라 인구의 3배가 넘는 엄청난 숫자다. 이들은 경제발전의 혜택을 받으며 자란 젊은이들로 새로운 정권에 거는 기대가 높아 종래의 선거와 다른 결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인의 선거의식은 민감하다. 카스트의 위계와 빈부의 격차가 극심한 불평등한 세상에서 누구나 평등하게 한 표를 던지는 투표에 큰 의미를 둔다. 낮은 카스트나 가난한 사람이 던지는 표가 상층카스트나 부자의 표와 동일한 가치를 갖고, 사회적 차별을 받는 여성이 가진 한 표가 가부장적 남성의 한 표와 대등하다는 사실은 묵직하다. 선거는 축제가 많은 인도에서 열리는 또 하나의 축제다. 나들이가 많지 않은 여성들이 좋은 옷을 차려입고 투표소에 나타나는 날도 이때다.

서구의 한 언론은 지난번 인도 총선을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인도를 못 미더워하는 외국인들은 인도의 선거가 폭력이나 돈과 부정으로 얼룩질 것이라고 예단하지만 그렇진 않다. 10년 전에 총선을 지켜보려고 갠지스평원의 한 중소도시를 방문한 내 경험으로도 그랬다. 외지에서 도착한 버스는 시내중심가로 가지 못하고 도시 외곽에서 멈췄다. 승객들은 나처럼 거기서 내려 시내로 걸어 들어갔다. 외부의 불온한 세력이 선거에 영향을 주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다.

다원사회의 선거는 관리뿐 아니라 다른 점에서도 간단치가 않다. 제로와 아라비아숫자를 발견한 수학의 나라답게 매 선거에는 카스트와 종교, 지역감정과 다양한 계층의 욕망이 복잡한 계산과 수식으로 뒤엉켜 돌아간다. 그럼에도 인도는 서구에 뒤지지 않는 수준의 민주주의를 지난 60년간 지켜왔다. 언론자유와 공평한 참정권을 보장하고 노동운동을 허용하며 제3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것이다. 1952년에 첫 선거를 실시한 이후 중단 없이 이어진 선거가 그 근간이었다.

인도의 초대 총리 네루는 민주주의야말로 다양한 인종과 광대한 영토를 가진 인도를 한데 묶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제도라고 믿었다. 보통사람을 신뢰한 그는 풀뿌리 민초들의 희망과 절망을 표출하고 민주교육을 익히는 수단이 선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인도에 민주주의를 도입했다고 자랑하는 영국이 인도에서 한 번도 실시하지 못한 보통선거를 독립하자마자 시작하였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치러지는 2014년의 선거는 그때보다 한층 성숙해진 유권자들의 표심을 통해 인도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누가 이길 것인가, 수많은 전망과 통계가 쏟아진다. 개인적으론 어느 정당이 원내 과반을 차지하여 15년간의 연립정권을 끝내느냐가 가장 궁금하다.
2014-03-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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