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글로벌 시대의 건강관리법/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예방의학

[열린세상] 글로벌 시대의 건강관리법/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예방의학

입력 2012-07-26 00:00
업데이트 2012-07-26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런던올림픽 개막식이 내일(현지시간)로 다가왔다. 올림픽기간 중 약 120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매년 900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하고, 1200만명 이상이 해외로 나간다. 그 수치는 매년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는 전염병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족구병, 조류 인플루엔자, 뎅기열, 말라리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등 바이러스성 질환들이 한 해에 20억명이 넘는 여행자들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

1330년대 중국에서 발생한 페스트(흑사병)균이 1347년 이탈리아에 도착해 전 유럽에 퍼지는 데 4년이 걸린 데 반해, 21세기 들어 발생한 첫 신종 전염병인 사스가 2003년 2월 중국 광둥지역에서 전 세계로 퍼지는 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기후변화나 대기오염, 황사와 같은 자연 재해가 공간적인 경계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주며, 방사능 폐기물이나 유전자 변형식품 등이 세대를 넘어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실이다. 그 이유는 국제 여행이 활발하고, 근로자들의 유입, 유출이 늘어나 전염병이 퍼질 기회가 많아진 데다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환경파괴가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건강과 질병의 측면에서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건강문제에서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진 사례는 많다. 1986년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사람이 섭취할 때 걸리는 인간광우병인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이 영국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1990년대 중반까지 영국에서만 인간광우병 환자가 80명 발병했고 최근 10년간 전 세계에서 모두 275건이 발생했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사스의 사례는 글로벌시대의 건강관리 중요성에 대해 잘 보여 주는 사례다. 2003년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해 동남아지역을 거쳐 전 세계에서 유행해 800여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관광, 소매 등 내수부문의 위축과 무역량 감소로 이어졌고 국제 경제전망기관들은 사스의 확산으로 아시아지역의 경제성장률이 0.3∼1.0% 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을 만큼 인적, 물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은 사람에게는 드물게 일어나지만 치사율이 59% 정도로 매우 높다는 특성이 있다. 이달에는 중국 서부지역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했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광둥지역에서는 2세의 남아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WHO의 보고가 있었다. 비록 2006년 정점에 달한 뒤로는 증가 경향을 보이지 않았지만 1997년 이후로도 여러 나라에서 산발적인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사례가 보고된 만큼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님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세계은행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하면 3600조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고 예측했다. 국제가축연구소에서는 매년 200만명이 각종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사망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급변하게 된 건강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국가 경계를 허무는 질병으로 인한 건강문제가 더 이상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고, 전지구적인 문제로 쉽게 확산되며, 크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규모라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직 효과적인 대책이 별로 없다. 이제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범정부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건강문제를 전담할 부처가 필요하고, 관계부처 간의 보고 및 협조체계를 확인하는 한편, 국가 간 협력과 공조가 필수적이다.

다음 달 서울대에서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가 문을 연다. 고(故)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의 이름을 따 만든 것으로 국내적으로는 대학, 정부와 연구소 간의 협조모델을 구축하고, 국외적으로 WHO의 지역 보건전문가 교육센터로 지정 받을 예정이다. 지역별 건강관리를 담당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국가별 건강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건강 문제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해 성공적인 협력모델을 만들어 나가리라고 자못 큰 기대를 한다.

2012-07-26 3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