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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중국 환상’ 버리고 대북영향력 증대해야/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중국 환상’ 버리고 대북영향력 증대해야/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1-01-12 00:00
업데이트 2011-01-1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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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의 처리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눈은 온통 중국을 향했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효과적 견제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랐다. 북한의 외교와 안보는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지해 왔고, 북한경제는 50%에 육박하는 중국시장 의존도가 말해주듯이 대중국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대외정책 결정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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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런데 중국이 보인 태도는 이런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었다. 북한의 도발행위가 명백한 사안인데도 이를 확인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남한의 대응으로 동북아지역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기구에서의 결의안 채택도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마디로 북한은 영원한 중국의 우방이며, 북한에 대한 어떠한 응징에도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며 역사적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목전에 두고 있는 국가가 중국이다. 이러한 나라가 우리 경제와 안보에 최대 위협을 가하는 북한의 절대적 후원국인 현실은 아이로니컬하다. 우리는 그동안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외형적인 한·중관계 발전을 바라보며 ‘중국 환상’에 빠져 있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중국이 최소한 중립적 입장에서 남북한 관계를 조율해 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 말이다. 아니면, 우리 자신을 너무 크게 보아 마치 중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외교적 거래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환상일 수도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상대로 패권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와중에서 한국이라는 지역국가와의 관계가 중국의 대세계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리 없다.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는 중국이 미국 및 일본과의 직접 대결을 회피할 수 있는 유일한 교두보다. 중국이 전세계 패권을 쥘 때까지는 북한이 존재해야 하며, 북한이 존재에 위협을 받거나 국제기구에 의해 군사적 제재를 받는 것은 중국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을 알기에 북한은 과감한 대남 군사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대북한 안보외교에 있어서 중국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면, 남북한 문제의 해결방안은 우리 자신의 대북 영향력 증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북한에 대한 직접적 외교안보 채널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장기적 대북정책의 방향은 남북교역을 꾸준히 증진시키는 것일 수밖에 없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남북교역은 정체하고 북한경제의 대중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남북한 교역의 비중이 북한 무역의 50%를 넘어서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에 남북교역 중단 가능성은 감당할 수 없는 위협이 되므로, 북한의 군사도발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1990년 독일통일을 이룬 주요요인인 동·서독 간 교역은 교훈을 주고 있다. 동·서독 교역은 1980년대 양국 경제발전 격차의 심화로 상호 수출품에 대한 매력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으나, 1950년대부터 199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대했다. 그리고, 1953년 동독 민중봉기, 1961년 베를린 장벽 구축, 1968년 소련군의 체코 침공 등의 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중단된 적이 없다.

천안함 사태 이후 들끓는 여론을 기화로 정부가 취하고 있는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한) 대북교역 중단조치는 어쩔 수 없는 정치적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럴지라도 그것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오히려 북한의 대중 종속도만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 빨리 서로 계기를 만들어 교역을 재개해야 한다. 이것은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의견이 갈릴 이슈가 아니다. 진정한 보수 노선은 당장 눈에 보이는 대립구도와 안보가치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기회비용까지 계산에 넣을 줄 알아야 한다. 급속히 팽창하는 중국 세력에 대해, 한반도가 안정적인 경제공동체로 자리 잡고 일본과 힘을 합쳐 중국을 견제하는 일은 미국입장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임을 인식해야 한다.
2011-01-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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