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아이앰스테르담과 아이서울유/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아이앰스테르담과 아이서울유/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안미현 기자
입력 2022-08-17 20:34
수정 2022-08-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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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튤립과 풍차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러나 수도 암스테르담은 유럽인들에게 성매매와 마약으로 더 악명 높았다. 고민 끝에 암스테르담은 2002년 이미지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2년 뒤 ‘아이 암스테르담’(I Amsterdam)이 탄생했다. 암스테르담 앞에 ‘나’(I)를 붙였을 뿐인데, 순식간에 명물이 됐다. 암스테르담의 앞글자가 영어 동사 ‘앰’(Am)인 데서 착안한 것이었다. ‘아이 앰 스테르담’으로 더 많이 불리는 이 알파벳 조형물 앞은 “나 암스테르담 왔다”라는 인증샷을 남기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아이 러브 뉴욕’(I ♥ NY)과 더불어 도시 브랜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비슷한 시기 훗날 대통령이 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도 고민에 빠졌다. 서울을 대표할 작명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게 2002년의 ‘하이 서울’(Hi Seoul)이다. 간결하면서도 쉽다. 그런데 철학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006년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안녕 서울’ 밑에 ‘아시아의 혼’(Soul of Asia)을 붙였다. 병행 표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왜 아시아의 혼이 서울이냐’며 중국이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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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의 도시 브랜드인 ‘아이 암스테르담’ 조형물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의 도시 브랜드인 ‘아이 암스테르담’ 조형물
서울시 수장이 박원순 전 시장으로 바뀌면서 작명 작업이 다시 시작됐다. 시민 투표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2015년 ‘아이·서울·유’(I·Seoul·U)가 나왔다. ‘너와 나의 서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영어 속에 서울이 동사처럼 들어가 있다 보니 ‘나는 너를 서울한다’로 읽힌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냉소와 외국인도 이해 못할 ‘콩글리시’라는 비판이 지금도 따라다닌다. 서울의 비싼 집값을 풍자해 ‘I·Seoul·U=나는 너의 집세를 올리겠어’라는 식의 번역본도 양산됐다.

12년 만에 서울시로 복귀한 오 시장이 최근 ‘I·Seoul·U’를 퇴출하기로 했다. 메시지가 불명확하고 인지도가 낮다는 게 이유다. 그런데 인지도는 그동안 욕을 많이 먹은 탓인지 ‘하이 서울’이나 ‘솔 오브 아시아’보다 ‘아이서울유’가 더 높다. 일각에서는 전임 시장 지우기라며 수군대기도 한다. 어찌 됐든 오 시장은 연말까지 새 작품을 다시 선보이겠다고 한다. 간단해 보여도 작명에만 수십억원이 들어간다. 이번에는 후대가 두고두고 쓸, 그리고 서울시민이 자부심을 느낄 ‘도시 브랜드’가 나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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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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