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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교토국제고 민족학교 논란/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교토국제고 민족학교 논란/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21-08-26 20:20
업데이트 2021-08-2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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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국제고교가 어제 9회말 짜릿한 역전승으로 ‘여름 고시엔’(甲子園) 준결승에 진출했다. 3603개 학교가 겨룬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32강에 처음 진출해 4강까지 오른 건 노력이 켜켜이 쌓인 결과다. 야구부가 하나 되어 피땀 흘리며 단련을 거듭해 일본 야구인들의 꿈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 구장에서 정상을 향하는 역사를 만들어 냈다. 전교생 133명의 재일 한국계 학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야구부 창설 22년 만에 이룬 쾌거다.

학교의 정식 명칭은 교토국제중학고등학교. 중학생 24명을 합쳐 중고교 157명이다.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갈 데 없던 조선인 아이들의 배움터인 교토조선중학교로 문을 연 것이 1947년이었다. 63년 고등부를 설치하면서 중고교 체제가 됐다. 1960년대에는 한국 정부의 중고교 인가를 받아 지원도 받고 있다. 보조금 혜택이 적은 ‘각종학교’로 지내다 2003년 일본 일반 고교와 동등한 법적 인가를 받았다.

출발은 민족학교이지만 지금은 일본 학교에 가깝다. 학생 구성(2020년 현황)만 보더라도 고등학생은 일본인 비율이 압도적이다. 71%가 일본인이고 귀화자 자녀 15%, 재일동포 9%, 한국 유학생 3%의 순이다. 야구부 59명 가운데 굳이 뿌리를 찾자면 한국계가 3명 있다지만 국적은 모두 일본이다.

감독인 고마키 노리쓰구(37)는 1999년 여름 교토고교야구대회에 처음 출전한 교토국제고를 0대34 콜드게임패로 몰아넣은 교토세이쇼고교 야구부 선수였다. 고마키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정면으로 오는 공조차 못 잡아 모두 안타가 됐다. 야구도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던 야구부가 지금은 전국 4강이다.

대회를 중계하는 NHK에 한국어 교가가 나오면서 학교에는 격려도 있지만, 협박성 전화도 걸려온다고 한다. 대회 규칙상 첫 게임에서 경기 중간 두 학교의 교가를 내보내고, 승리할 때마다 교가를 한 번 더 방송하도록 돼 있다. 그래서 여름의 고시엔 구장에서는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네 번이나 방송을 탔다.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교가에서 ‘동해’란 표현이 일본 우익의 심사를 뒤틀리게 했을 법도 하다.

BTS를 비롯한 케이팝 인기에 한국어·일본어·영어 등 3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교토국제고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도 늘었다. 특히 한류 영향에 댄스부는 전교생 중 20여명이 가입해 성황이라고 한다. 이런 학교를 놓고 국내에서 ‘민족학교’라고 추어올리기보다 한일 학생을 모두 받아들이는 ‘열린 국제학교’로 성장하도록 지켜보면 어떨까. 한국 기업이면서 일본 기업인 롯데를 민족기업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21-08-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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