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다매는 일본 오사카 지방의 전통 상술이다. 이익은 적지만 많이 팔아서 전체 수입을 늘려 나가는 방식으로 오늘날에도 많은 기업이나 상점들이 성공 비법의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유대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좋은 상품이라면 왜 싸게 팔겠다는 것인지도 이해할 수 없고, 이익이 박하면 언제 도산할지 모르는데 왜 박리다매라는 싸구려 판매 경쟁을 하느냐고 반문한다. 바로 종교 문화적인 차이 또는 지정학적인 역사와 민족성의 차이가 상술에 반영된 셈이다.
개성 상인들도 독자적인 상술로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상권을 지배했다. 합리적인 상거래로 정당한 부를 축적하고, 근면과 신용을 바탕으로 한 금융업으로 상인들을 지원해 민족자본 축적의 바탕을 마련했다.
물론 ‘베니스 상인’에 등장하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비정함이나, 허생전에 등장하는 매점매석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편법적이고 일탈된 상행위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를 상술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불·편법적인 상행위에 불과하다. 힘없는 서민을 괴롭히거나 비인간적인 상술이 상거래를 지배하지는 못했다. 유대인이나 화교, 오사카 상인, 개성 상인들의 공통점은 신용과 정직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상술이었다.
최근 중국발 신종 코로나 사태로 반인륜적인 상행위가 고개를 들고 있다.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개인위생용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업체들이 매점매석 등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 매대에서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사라지고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가격이 10배 이상 급등했다. 주문받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거래를 취소하는 쇼핑몰 업주도 등장했다. 온 국민이 신종 전염병 퇴치에 전전긍긍하는 사이에 폭리를 취하겠다는 악덕 상술이 판을 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는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반인륜적 상혼으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마땅하다.
2020-01-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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