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학 기숙사 전쟁/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학 기숙사 전쟁/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19-03-11 22:42
수정 2019-03-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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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비수도권 출신 학생들은 새학기가 되면 ‘대학 기숙사 전쟁’을 치른다. 밤 11시 귀가 시간 준수나 외박 시 사전신고 등 시시콜콜한 기숙사 생활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있으나 학교 주변의 원룸보다 반값 정도 비용으로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수용 인원이 턱없이 적다. 교육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4년제 대학 185곳의 학생 기숙사 수용률은 21.5%였다. 서울은 17.2%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사정을 감안, 대학 기숙사 수용 인원을 최대 5만명까지 늘린다고 대선 공약을 냈었다. 하지만 공약 이행은 더디기만 할 뿐이다.

한국장학재단이 추진하는 연합 기숙사 건립 난항은 이런 실정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재단은 국유지인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1000명을 수용할 연합 기숙사 건립을 3년째 추진 중이다. 기숙사가 완공되면 100명의 한양대생과 서울 소재 다른 대학생 900명 등 당일 통학이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들은 인근 원룸의 절반 수준인 월 15만원의 비용으로 기숙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1000명 가운데 학교에 관계없이 최대 500명까지는 건립비를 기부한 경주, 기장, 영광, 울주 등 원전을 낀 4개 지역 출신 학생들이 이용대상이다.

그런데 내년 개관이 목표지만,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건립 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연합 기숙사 건물 때문에 조망권이 침해받는다며 반대해서다. 재단 측은 “건물 높이를 기존 15층에서 10층으로 낮춰 조망권을 강화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편의시설 개방도 약속했으나 임대사업을 하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 때문인지 구청은 이 곳 대신 신답동 공원부지를 대체지로 제안하나 이 경우, 공원총량제에 저촉돼 서울시에서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한다.

대학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기숙사 건축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고려대가 5년 전부터 추진 중인 1100명 규모의 기숙사 건립 사업이나, 서울과학기술대가 공릉동 일대에 225명 수용 규모로 2년 전부터 추진 중인 대학협력형 행복주택 건립 사업은 모두 주민 반발로 진척이 없다.

이런 가운데 대학가 주변의 원룸이나 빌라 등을 대학이 직접 빌려 학생 기숙사로 쓰도록 하는 방안을 교육부에서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이렇게 되면 임대사업자들은 공실 걱정을 덜 수 있고, 학생들로서는 잠자리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10분을 활용하라. 이것이 모든 일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이다.” 미국의 20대 대통령인 제임스 가필드가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했다는 말이다. 대학생 때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자신보다 성적이 뛰어난 친구의 기숙사 방 불이 늘 자기 방보다 10분 뒤에 꺼진다는 걸 알고 이에 자극받아 더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우리 학생들이 가필드처럼 잠자리 걱정 없이 ‘형설지공의 촛불’을 밝힐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당겨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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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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